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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김창종의 <포천이야기> (159)

‘사돈(査頓)’이야기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03월 10일

  ‘사돈(査頓)’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녀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국어사전은 그 뜻을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사돈’이란 말이 우리들의 고향 포천의 사돈지간의 의리있는 일화에서 비롯대었다면 여러 분은 매우 놀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중, 선조대왕 실록을 살펴보면 내 고향 포천은 왜놈들의 횡포와 무자비한 수탈 살육으로 집 한 채 논,밭,전지한곳 성한데가 없어 온 고을 사람들이 풍지 박산이 되어 흩어져 온 고을이 텅 비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임진·정유왜란 7년 전쟁은 이토록 큰 피해를 안겨 주어 몹쓸땅을 만들었으나 왜놈들이 물러간 뒤 흩어졌던 고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겨우 나라의 면세 혜택을 입고 다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때에 이야기이다. 내 고향 포천 어느 마을의 선비가 과년한 딸이 있어 매파(중매쟁이)를 놓아 신랑감을 정하고 양 사돈이 만나 정혼(定昏)하게 되었다 한다. 그런데 갑짝스레 터진 임진왜란은 전국을 난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말았으니 아들 딸을 서로 혼인하기로 정혼한 김·이생원도 가족들이 난리통에 뿔뿔히 흩어지고 말았으니 서로 사돈댁을 찾아 헤매이기를 몇 년이 되었다. 양반가에서 어찌 정혼한 혼처를 한 번 정했으면 언제고 기다렸다가 혼인을 해야지 일방적인 파혼이란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 사돈댁이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찾아 가지고 오마...”이렇게 가족들에게 말하고는 마을마을 마다 찾아다니면서 사랑방 식객(食客)으로 떠 돈지 3년이 지났는데 이른 봄 서울 근교 춘천 가는 길가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쉬고 가려던 참이었다. (지금의 성북역쯤 되는 곳) 그런데 고맙게도 길가에는 둥글고 편편한 등걸(베어서 버려진 나무‘査’)한 도막이 놓여 있었다. ‘옳다 여기가 좋겠군... 양지바르고 안기도 편하고 이 곳에 앉아서 담배 한 대 피우고 가야지...’이렇게 마음먹은 이생원은 집에 남겨 놓고 온 처와 자녀들을 생각하며 덥수룩한 수염 사이로 담배 연기를 한숨 섞어가며 내 뿜고 있었다. ‘아니, 저게 누군가? 어디서 본듯한 얼굴인데...?’‘아니 저 사람은 내가 찾아다니는 십년 전 정혼한 사돈...? 요즈음 CF말로‘딱걸렸네’였다. 두 사람이 자세히 자초지종(自初之終)을 얘기해 보니 이·김 두 생원이었으며 포천에 살며 정혼했던 사이였음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단다. 두 사람은 죽었다 다시 살아난 조상님 대하듯 얼싸안고 꾸벅거리며 인사를 하고 또 얼싸안고 등걸나무 위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거둡하여 좋아하였더란다. 이 광경을 본 지나가던 선비가 중얼거렸다고 한다. ‘사돈’이로세.. 등걸사  ‘査’꾸벅거릴 돈 ‘頓’자 그래서 그 때부터 정혼한 사이의 양가 부모 사이를 ‘사돈(査頓)’간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정혼한지 10년 만에 기다렸던 혼인을 하여 굳은 약속 잊지 않고 백년 넘게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니 과연 의리 있는 포천인다운 삶이었다.

필자연락처 02-932-2434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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