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하늘보고 자라니까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거예요. 산도 들도 지붕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어릴 적에 즐겨 부르던 노래다. 이 노래를 나이 마흔이 훨씬 넘은 지금도 소프라노, 알토 파트의 화음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부를 수 있다.
어떻게 배운지 30년이 넘은 노래를 노랫말하나 틀리지 않고 여태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만해도 신기하기만 한데 그것은 아마도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걸쳐놓고 도망갔지요.”
“개나리 노란 꽃 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사알짝 신 벗어놓고 맨 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솔솔 부는 봄바람 쌓인 눈 녹이고 잔디밭엔 새싹이 파릇파릇 나고요 시냇물은 졸졸졸 노래하며 흐르네.”
이런 노래들을 목청껏 크게 부르면 지나가던 어른들이 종종 함께 불러주는 일도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고 시적인 표현인가. 노래를 부르노라면 그 풍광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지 않는가. 나는 이 노래들을 부르며 동심을 키웠고 늘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게서 동요 부르는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TV, 인터넷등 대중매체의 발달로 대중가요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오늘날의 아이들은 흥겨운 리듬의 랩송이나 브레이크 댄스, 성인가요를 더 빨리 배우며 쉽게 따라 부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트로트 신동이니 댄스의 신동이니 하는 따위의 미사여구로 포장된 어린이들이 TV에 나와 그 재주를 뽐내는 것을 보며 그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이 왠지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좀 더 자극적이고 현란한 리듬과 노랫말로 구성된 대중가요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문득문득 옛날의 순수했던 동심을 담은 동요가 그리워지는 것은 나만의 욕심에 불과한 것인가.
이제라도 아이와 집에서 TV를 보며 깔깔대는 대신 밖에 나가 신선한 봄 내음을 느끼며 함께 동요를 한 번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기억 속에 노랫말과 음정이 가물가물하여 더듬거릴지언정 어린 시절 동심을 회상해보는 그것이 훨씬 더 보람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미경 주부명예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6년 03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