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03 오후 03:47:5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교육종합

[김순진의 연재 수필]아빠 어렸을 적에(42)-마당 질들이기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10월 21일

마당 질들이기는 온 가족이 동원되는 큰 공사랍니다.

아버지는 고무래와 넉가래를 만들어 물먹은 흙을 써레질하듯 밀고 다니시며 고루 펴 평평하게 골라 놓으셨어요.

이튿날 오후가 되자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 마당은 꾸덕꾸덕 굳어지기 시작합니다.

아버지께서는 그 위에 방아를 찧고 남은 왕겨를 몇 가마니 쏟아 부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헌 멍석과 헌 가마니, 헌 돗자리 등의 자리들과 볏짚을 고루 펴십니다.
“얘들아! 나와 마당 밟아라!”

우리들은 다른 곳에 놀러 가지도 못하고 마당 밟기에 동원됩니다. 처음에는 말랑말랑하니 제리를 밟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우리에게 마당을 밟아 단단하게 굳히는 것이 아버지께서 내주신 큰 숙제입니다.

면이 넓적한 떡메로 두드리기도 합니다. 긴 물푸레나무 작대기도 두드리는데 한 몫 하지요.

절구통을 옆으로 눕혀 그 위를 올라타 서커스단 흉내를 내며 발로 굴리고 다닙니다.

아마도 연 이틀은 밟고 뛰며 절구통을 굴렸나 봅니다.

멍석과 가마니, 그리고 볏짚을 걷어내고 왕겨를 댑싸리비로 쓸어내니 어느 정도 굳었습니다. 맨발로 딛으니 촉감이 유리 위를 걷는 것처럼 시원하고 맹글맹글하니 촉감이 좋습니다.

아버지는 마당이 더욱 굳어지라고 우리들에게 딱지치기와 팽이치기를 시키십니다.

딱지치기는 땅을 두드리며 치는 놀이이므로 마당을 굳히는 데는 유용한 놀이입니다.

팽이치기도 그렇습니다. 팽이를 치려면 채찍으로 팽이의 옆면을 쳐야하는데 마당을 두드릴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땅을 밟고 돌아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땅을 밟는 효과가 크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지만 자치기는 새로 질들인 마당에서 할 수 없는 놀이입니다 유리구슬로 하는 댕구치기도 못하게 하는 놀이구요. 자치기는 땅을 일자로 파 놓고 하는 놀이라 못하게 하였고, 댕구치기는 구멍을 더욱 많이 파야했기 때문에 극구 말리시는 놀이랍니다.

마당에 질이 완전하게 들여지면 참깨며 들깨는 물론 콩팥타작이며 절구통은 놓고 태질하거나 발로 밟는 탈곡기로 탈곡을 합니다. 또 머리빗을 하늘로 세워 놓은 듯한 홀치개(홀태)로 벼를 훑기도 합니다.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질들인 마당에 강냉이를 튀기는 아저씨가 찾아왔습니다.

우리들은 서로 강냉이튀기는 기계를 돌려주려 애를 씁니다. 아예 순서를 정해놓고 앉아 기계를 돌려줍니다. 아저씨께서 강냉이를 한 방 튀기고 나면 망태기에 남은 강냉이를 한 됫박씩 주시거든요.

부잣집 아이들은 쌀강냉이를 튀기지만 우리집은 한 번도 쌀강냉이를 튀겨본 일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강냉이장사가 며칠이나 튀기고 돌아가는 마지막 날이 되면 큰 인심 쓰시고 옥수수 강냉이를 튀겨주시지요. 그 날은 우리의 생일입니다. 겨울에 가래떡을 말려 강냉이를 튀긴 것은 과자처럼 더욱 맛이 있습니다. 콩 강냉이는 별로 커지지 않는답니다. 그냥 사카린을 넣어 튀기니 달작지근한 맛을 먹는 것이지요.

추석 전날은 아주 늦게까지 강냉이를 튀겼습니다. 아저씨는 우리 동네서 몇 리 떨어진 사당말이란 동네에 사신답니다. 우리들은 큰 산짐승이 나온다는 조침리 근처 새능모퉁이까지 아져씨를 바래다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아저씨는 리어카가 뒤가 무겁다고 하시며 누가 한 사람 앞에 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들은 가위바위보를 하였고 내가 이겨서 앞에 타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리어카를 뒤로 돌려 밀고 가시고 아이들은 함께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요? 한참을 리어카 앞에 타고 가던 중인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아이들은 모두 도망가고 나만 혼자서 리어카를 타고 가고 있지 뭐예요? 리어카는 벌써 새능모퉁이를 돌아 조침리 초입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내려주세요!”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신작로 옆에는 산소를 파간 자리가 보였습니다. 몇 번씩이나 넘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돌아왔고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오리는 ‘뻥하는 소리와 함께 마당에 흩어진 동심과 옛이야기를 주워 먹고 자라납니다. 
(계속)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10월 21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