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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선비정신·11]임금도 꾸짖은 대쪽선비 남명 조식 1501(연산군7)~1572(선조5)

남명의 상소문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10월 11일

〈전략〉

나라의 근본은 없어졌고 하늘의 뜻도 민심도 이미 떠나 버렸습니다. 큰 고목이 백년동안 벌레에 먹혀서 그 진이 다 말라 버렸으니 언제 폭풍우를 만나 쓰러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중략〉

낮은 벼슬아치는 아랫자리에서 술과 여색에 빠져있고 높은 벼슬아치는 윗자리에서 빈둥거리며 뇌물을 받아 재물 불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오장육부가 썩어 배가 아픈 것처럼 온 나라의 형세가 안으로 곪을 대로 곪았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중략〉

대비(大妃-문정왕후)께서는 신실하고 뜻이 깊으시나 구중궁궐 과부에 불과하고 전하는 아직 어리시니 다만 돌아가신 임금님의 한 고아에 불과 합니다. 백가지 천가지로 내리는 하늘의 재앙을 어떻게 감당하며 억만 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시렵니까?

〈중략〉

옛날 세종대왕때나 성종대왕때의 성덕으로 다스리던 때를 생각하십시오. 임금에게는 원칙이 없으면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게 됩니다.

참으로 강직한 선비가 목숨을 걸고 임금을 꾸짖은 대쪽 선비정신이다. 퇴계가 조광조의 과격한 개혁의 실패를 거울삼아 점진적인 개혁의 씨앗을 뿌리고 새정치 세력인 사림의 입지를 다져 놓았다하면 남명은 강직한 기상과 강렬한 비판의식을 가진 재야 사림으로써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서 사회개혁을 중창했다. 남명은 지나치게 투철한 정치의식 때문에 현실 정치판에 들어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퇴계와 남명은 두 사람에 사회 정의 구현의 이상을 교육에 걸고 새시대를 준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대한 두 선비는 경상좌도와 경상우도의 양대산맥으로 영남학파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었다.

남명도 어머니의 영락한 가문의 중흥에 대한 열망 때문에 진사 생원 초시와 문과 초시에 급제하였으나 당시 기묘사화로 숙부 조언경이 희생되고 부친이 좌천되는 것을 목격하고 사로의 험난함을 목격하고 이때부터 과거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오로지 유학의 본질을 파고드는 공부에 전념하였다. 남명이 취한 학문의 핵심과제는 마음을 각성하는 경의 수양론과 의의 도덕적 사회적 정당성을 추구하는 이론이었다.

그가 거처하던 산천제의 창쪽 벽에 ‘경의(經義)’ 두 글자를 크게 써 붙이고 오른쪽 벽에 임금은 사직을 지키다 죽어야 한다는 내용의 신명사도명(神明舍圖銘)을 걸어 두었던 사실은 그의 학문적 근본 개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남명의 높은 학덕을 사모하여 그의 문하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이 모여 들었다. 오건, 정구, 김우옹, 정인홍, 곽재우, 이제신, 김효원, 박제인, 조종도, 노진, 최영경, 하항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남명의 문인들의 특징으로는 대부분 은둔하면서 학문에 몰두했다는 점과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키거나 가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재야 지식인으로 은둔해 있다가도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직접 창칼을 들고 적군과 맞서 싸움으로써 정신뿐만 아니라 육신까지도 선비의 기백을 보인 것이다.

1572년(선조5) 임금도 꾸짖은 대쪽 선비 남명은 산천재에서 여러 제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성현의 ‘경의’에 가르침을 외우면서 숨을 거두었다. 조정에서는 대사간에 이어 영의정으로 추증되고 견문이 넓기 때문에 文이요 도를 곧게 지켜 꺾이지 않기 때문에 정(貞)이라는 문정의 시호를 받았다.

도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태어나 분발 정진함으로써 도학을 일으켜 세운 학자요, 그에게서 경의의 가르침을 받은 수 많은 제자가 국난 위난의 시대에 의병장이 됨으로써 성공한 교육자로 추앙된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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