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경찰수사권 독립에 관한 연구 16

노 영 민
포천경찰서

현행법은 범죄수사에 있어서 사법경찰관리는 그 주재자인 검사를 보좌 또는 보조하는 역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수사에 있어서는 독자적 수사권을 갖지 못하고 일일이 검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상명하복관계에서 수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대륙법계의 모형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륙에서도 범죄의 다양성·광역성·기동성에 대응하여 수사활동도 전국적인 기동성·물리적 필요성·경제적 능률성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사의 기술·전략 그리고 경험 등에 있어서 우수한 경찰에게 재량의 여지를 부여하여 어느 정도 독립수사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범죄예방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범죄가 저질러지기 이전에 미리 예방하는 방법과 이미 행해진 범죄를 수사하여 처벌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그 중에서 전자는 경찰의 고유한 영역에 속하며, 후자는 수사기관이 담당하여야 할 부분이며 그 수사기관은 조직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즉 수사기관의 하나인 검찰은 법무부에 소속되어 있고, 또 다른 수사기관인 경찰은 행정자치부의 독립 외청으로 되어 있다. 양자의 수사권에 대해서는 법률이 명시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권에 대해서는 검찰청법 제4조 ‘검사의 직무’ 및 형사소송법 제195조 ‘검사의 수사’에서 명시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권은 경찰법 제3조 ‘경찰의 임무’ 및 경찰관직무집행법 제2조 ‘직무의 범위’ 제5호에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제196조에서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 수사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규정으로부터 우리나라의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상명하복의 관계 및 지휘복종의 관계로 해석되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운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의 지휘·감독의 법령상 근거로는 헌법,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 그리고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등이 있다. 이처럼 경찰이 아무런 독자성을 부여받음이 없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법제를 가진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위에서 본 것처럼 미국은 수사권과 공소권을 각각 경찰과 검찰에게 분배하는 법제이고, 일본은 경찰을 제1차적 수사기관으로 하고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상호협력관계로 설정한 법제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와 비교적 유사한 수사구조를 가진 독일의 형사소송법도 경찰에게 독자적인 1차적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독일의 형사소송법 제163조는 ‘경찰임무를 담당하는 관청 및 공무원은 범죄행위를 규명해하여야 하고, 사건의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지체 없이 하여야 한다. 경찰임무를 담당하는 관청 및 공무원은 그들의 처리결과를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하나인 경찰에게 수사권을 형식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아무런 실질적 독자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과 국가조직에 있어서는 수평관계에 있는 양자가 수사에 있어서는 수직관계를 형성하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수사구조는 끊임없이 문제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제도와는 달리 수사에 있어서 경찰에게 검사와 대등한 독자성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는 이른바 경찰수사권 독립론이 거론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처럼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사법경찰관리와 검찰에 대하여 현행법 하에서 사법경찰관리와 검찰이 어떠한 위치와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더 나아가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밝히고자 한다.

일반사법경찰관리는 소속에 따라 경찰청 및 해양경찰청 소속의 사법경찰관리와 검찰청 소속의 사법경찰관리로 구분할 수 있고, 수사권의 존부에 따라 검사의 지휘를 받아 독자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사법경찰관과 단지 수사보조자의 지위에 있는 사법경찰리로 나눌 수 있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소속의 사법경찰관리는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의 규정과 ‘경사·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지휘를 받아 수사의 보조를 하여야 한다’는 동법 제196조 2항의 규정 및 ‘경정은 형사소송법 제196조의 규정에 의한 사법경찰관으로, 경장은 동법 동조의 규정에 의한 사법경찰리로 본다. 그리고 경찰청 및 해양경찰청에 근무하는 경무관은 동법 동조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는 경찰공무원법 부칙 제6조의 규정에 의하여 경무관·총경·경정·경감·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 경사·경장·순경은 사법경찰리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치안총감과 치안정감, 그리고 치안감 전원 및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에 근무하는 경무관은 사법경찰관에서 제외되어 있다.

따라서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에 근무하는 경무관과 치안감 이상의 경찰고위직은 사법경찰업무에 관하여 결재는 물론 관할 사법경찰관리를 지휘·감독해 실질적으로 사법경찰업무를 관장하고 있음에도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아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와 수사지휘의 대상에서 제외된 경찰고위직의 지휘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검찰청 소속의 사법경찰관리는 ‘수사관…은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의 규정과 ‘검찰수사서기관·수사사무관 및 마약수사사무관은 검사를 보좌하며 그 지휘를 받아 범죄수사를 행한다’는 검찰청법 제46조 2항의 규정 ‘전2항에 규정한 자 이외에 법률로서 사법경찰관리를 정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196조 3항의 규정은 다음과 같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