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니려면 거리가 10여리 남짓 되었으므로, 오가는 길의 무료함을 달랠 장난감이 필요합니다.
등교할 때에는 시간에 쫓기므로 빨리 걸어야 했지만 하교 길은 다르지요.
아이들은 보통 굴렁쇠를 굴리며 다닙니다.
굴렁쇠를 굴리면 굴렁쇠가 옆으로 쓰러지는 것을 막으려고 빨리 뛰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를 빨리 갈 수 있습니다.
굴렁쇠는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야전 철조망의 묶음용 테두리인+(열십자) 모양의 굵은 철사를 두드려 펴서 사용합니다. 굴렁쇠를 굴리는 기구 또한 굵은 철사의 끝을 ㄷ(디귿)자 모양으로 구부리고 긴 철사 위에 막대로 손잡이를 달아 굴리고 다닙니다. 어떤 아이들은 큰 짐 자전거의 링을 굴리고 다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세 발 자전거의 바퀴를 굴리고 다니기도 합니다.
깡통도 우리들에게는 훌륭한 장난감이랍니다. 누가 먹고 버린 꽁치 통조림이나 복숭아 넥타 캔은 우리들에게는 귀한 물건이지요. 캔 안에 조그마한 돌을 넣고 찌그려 차면 소리가 나는 훌륭한 장난감이 됩니다. 우리들의 신발은 대부분 고무신이었기에 발로 차면 발톱이 빠지기도 하고 아팠지만 누구하나 아프다고 엄살떠는 아이는 없습니다.
봄이면 우리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더욱 많이 걸립니다.
어떤 아이들은 새둥지를 찾기도 합니다. 우리들에게는 새를 산채로 잡는 기술이 있습니다.
새둥지를 찾아 새알이나 새의 새끼가 있으면 우리들은 새 어미를 산채로 포획할 수 있지요.
새둥지 앞에다 손가락만큼이나 굵은 막대기를 양쪽으로 기둥을 세우고 새둥지 입구에 나일론 줄을 팽팽히 당겨 올무를 놓습니다. 우리들은 새둥지 저만치서 숨어 있다가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 둥지로 들어가려고 우리들이 당겨놓은 올무의 줄 위에 앉았다 들어가야 하는 새를 잡을 수 있지요. 올무의 줄은 새가 앉으면 바로 목을 조이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새가 둥지에 들자마자 달려가 새를 꺼내야 합니다.
여름이면 우리들의 입은 즐거워집니다.
고구마 밑이 차고 무의 밑이 통통해 질 때면 우리들은 어김없이 하나씩 뽑아 풀에 쓱쓱 닦아 입으로 가져갑니다.
옥수숫대는 우리들이 즐겨 먹는 주전부리의 하나지요. 옥수숫대를 입을 까먹다 입술을 베어 피가 날 때도 있습니다.
도장골 위 ‘떡장수 죽은 곳’ 옆은 돼지감자가 자라는 유일한 곳이랍니다. 돼지감자의 풀은 차라리 나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다 자라면 키가 2M가 훨씬 넘으니까요. 돼지감자는 생김새가 마치 생강같이 생겼으나 크기는 더 크답니다.
원평의 큰 언덕은 차량들이 오르기 힘든 큰 오르막입니다.
차들은 그 언덕을 오르려면 중간에 기어변속을 하여 시커먼 연기를 부릉 부릉 뿜으며 올라야 하지요. 어떤 아이들은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 냄새가 좋다며 따라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동네에 있는 군부대로 향하는 군용 트럭들이 언덕을 오르면 아이들은 곧잘 몰래 뒤 따라가 올라탔다가 군부대 앞 위병소에서 일시 정지할 때 뛰어 내리곤 하지요.
어떤 아이는 뛰어내리는 때를 놓쳐 군부대 안까지 들어가 군인들의 노리개가 되기도 합니다.
군인들은 아이들이 심심하던 차에 트럭을 타고 들어오면 차려 열중쉬어를 시키거나 누나가 있느냐고 묻는 등 시간을 보내다 건빵을 손에 쥐어 보내곤 하였습니다.
그 날도 아이들은 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갖은 해찰과 장난을 하며 원평 언덕을 거의 올라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비포장도로의 노면은 장마 끝인지라 울퉁불퉁 패여 있었습니다.
과자를 배달하는 삼발이 트럭은 힘겹게 언덕을 오르자마자 울퉁불퉁한 도로위를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운전자는 시간에 쫓기는 모양입니다.
차량이 속도를 내자 차는 더욱 요동질하였고, 마침내 싣고 가던 고소미가 들어있는 과자 한 박스를 우리들의 가시거리에 떨어뜨린 채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야! 과자 박스 떨어졌다!”
누군가가 소리쳤고 우리들은 서로 먼저 주우려고 달려갔습니다.
우리들은 과자박스를 주워 테이프를 뜯고 박스를 열어보았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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