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10-03 오후 03:47:5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교육종합

김순진의 연재 수필 아빠 어렸을 적에(38)

우리 집에 불나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9월 12일

경상도 억양의 아저씨 음성은 자꾸 멀어져 갔지요.

동안이 엄마는 불을 때다 말고 정종 댓병을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간장 장사는 간장 실은 자전거를 끌며 돌각정이 오솔길을 터덜터덜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아저씨이! 아저씨이! 간장 주이소, 간장 장사 아저씨. 간장 주라고요.”

간장 장사의 억양과 마찬가지로 경상도 여자인 동안이 엄마는 간장 장사를 따라 가며 불렀습니다.

한참을 따라가니 간장 장사 아저씨가 알아들었는지 간장이 든 오크 통이 실린 자전거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간장 한 되 얼마인 겨?”

동환이 엄마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습니다.

“이십오 원이라 예”

간장 장사가 대답하였습니다. 간장 장사는 이 근처 사람인지, 아니면 군대생활을 하다 제대한 제대군인인지 군복 야전잠바를 검정색으로 물들여 입고 있었습니다.

“어데예! 지난번엔 한 되 이십 원이라 카드니……. 깎아 주이소마!”

동안이 엄마가 흥정을 하였습니다.

“안됩니더. 얼마치 살낀데예?”

간장 장사가 깐깐하게 굴었지요.

“내사 마 사십 원밖에 없으니 두되 사십 원에 주이오.”

간장 장사와 동안이 엄마는 얼마 동안을 간장 값으로 실랑이를 하였습니다.

동안이 엄마는 자기가 산 간장을 집게손가락을 병 주둥이 속에 넣어 찍어 보면서 말했어요.

“아따 맛있기도 하네! 왜놈들은 어찌 이리 간장을 맛있게 맹그는교?”

그녀는 간장을 사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며 집을 향하여 돌아섰을 때입니다.

“아이고메 우야꼬? 불이야 불!”

그녀는 간장병을 떨어뜨리고 허겁지겁 뛰어갔습니다.

“불이여! 불! 불이여! 불!”

저녁을 지을 무렵이라 동네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불을 껐으나 건진 것은 이불 한 채와 어머니께서 시집올 때 해 가지고 오신 반닫이 거울이 붙은 장롱뿐이었습니다.

불은 인화성 콜타르를 입힌 지붕 위에 짚으로 엮은 이엉을 얹은 지붕이라 금방 폭삭 무너져 주저앉고 말았지요. 우리 가족은 그해 가을부터 겨울을 이웃에 사는 집안어른 강진 댁 아저씨가 보내준 좁쌀 두되로 좁쌀죽을 끓여 먹으면서 서너 달을 연명하여야 했습니다.

그 불은 우리 집의 민생고 해결이라는 크나큰 숙제를 점점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계속)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9월 12일
- Copyrights ⓒ포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
이름 비밀번호
개일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겨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PBS 포천방송 TV
경기도
생활상식
가장 많이 본 뉴스
정보 커뮤니티
상호: 포천신문 / 주소: 경기 포천시 해룡로 130-38 (동교동)
발행인·편집인 : 김현영, 편집인 강신옥 / mail: ipcs21@hanmail.net / Tel: 031-542-1506~7 / Fax : 031-542-111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 아50080 / 등록일 : 2009년 6월 22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현영
Copyright ⓒ 포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