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선비정신·7]변절한 자손과 연을 끊은 부인 장씨(張氏)

리효종
포천한시사대표

부인 장씨는 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 1554년 명종 9~1637년 인조15)의 손녀이다.

장현광은 인동인으로 조선조 중기의 대학자로 학문과 덕행으로 천거되어 보은 현감과 공조정랑으로 잠시 있다가 사임하였는데 그후 군수, 지평, 참의, 대사헌, 판서 지중추부사등 전후 20여차례 관직에 임명되었으나 모두 사퇴하고 오로지 학문에 전념하며 수많은 제자를 길러 내었다. 미수 허목도 그의 제자이다. 나라의 큰일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때 그때 상소를 올려 바른 정치를 하도록 하였다.

사후 영의정에 추증되고 천곡, 송학서원등 전국 여러 서원에 제향되고 문강의 시호가 내려졌다.

부인 장씨는 남인계 명문 안씨 집안으로 출가하였는데 그의 아들 안연석이 지조가 없어 더 높은 벼슬을 탐내어 대대로 지켜온 남인파의 당론을 배반하고 세력을 잡은 파에 붙었고, 그의 손자 복준은 계승하여 더욱 심하므로 남인 선비들이 분개하여 규탄하니 부인 장씨가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자손 잘못 가르친 것을 사죄하고 그의 딸이 유씨 가문에 출가하였는데 따님 댁은 아직 남인 계통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그 곳으로 가서 의탁, 목숨을 마치겠다고 하여 따님 유씨댁으로 떠나려하니 그의 손자 복준이 어디로 가시렵니까 하니 유씨의 가문에 시집간 너의 고모는 아직 남인이니 내가 거기에 가서 의탁하여 목숨을 마치겠다 하였다.

복준이가 간절한 말로 만류하기를 해가 이미 저물었으니 내일을 기다릴 수 없겠습니까 하니 네가 만약 나의 뜻을 어긴다면 내가 여기서 떨어져 죽을 것이니 사람들은 네가 나를 핍박하여 나를 죽게 하였다고 하지 않겠느냐?

속히 가마를 준비하고 나를 오랫동안 지체케 하지 말라 하였다. 복준이가 부득이 가마를 준비하여 행장을 차려 드렸다. 수십리 길을 가서 비로서 유씨집에 이르렀는데 밤이 이미 깊었다.

그 때문에 병이 더하였는데 복준이가 들어가 시탕(侍湯)을 청하였느나 부인은 이를 거절하고 내가 네 손에 죽기보다는 내 딸의 손에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하고 자기의 딸에게 복준이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하고 그 후 모든 손자들을 모아놓고 의리를 지키고 바르게 사는 것이 선비정신을 지키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말하여 영결하였다.

오늘날 사회질서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보면 옛 어른들의 선비정신이 그리워진다. 우리 주변에서는 다른 사람이 하면 불합리하다고 하다가 같은 일을 내가 하면 합리적이라고 하며, 다른 사람이 하면 비윤리적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괴변을 늘어 놓는 사람이 있다. 이런 풍토가 없어지기를 기대하며 대학자 여헌 장현광의 손녀 부인 장씨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 위대한 할아버지에 청아하고 대쪽같은 그 손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