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경찰수사권 독립에 관한 연구 ⑬-독일과 프랑스의 경찰제도

노 영 민
포천경찰서

검찰은 경찰을 법적으로 통제하고, 수사 및 공소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검찰은 경찰에 의한 수사 후에 언제든지 직접 수사를 진행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경찰에 대한 일반적 지시권을 가지는 반면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지체 없이 통보 한 후에는 검사의 지시에 의하여 수사하는 것이 원칙이고 단지 특별히 허용된 긴급강제처분권만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한편 수사의 개시는 주로 경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것은 고소·고발이 주로 국민에 가까이 위치한 경찰에 접수되고 경찰은 범죄예방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쉽게 범죄혐의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수사에 있어서 검찰에 비해 경찰은 인적·물적 장비도 충분하고 수사의 기술정책 및 조직 등의 면에서 우월한 것도 그 이유이다. 더 나아가 경범죄 또는 중범죄에 있어서는 경찰이 수사의 진행을 거의 독자적으로 행하고 심지어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를 거의 종결된 상태에서 검찰에 처리결과를 송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검찰과 사법경찰은 조직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분리된 조직의 현행체제를 유지하면서 양자가 서로 협력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1975년 각주의 법무부·내무부 장관 연석회의의 공동선언문에서 경찰과 검사와의 관계는 수사에 있어서 상호협력관계(Zusammenarbeit)임을 천명하였다.

그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검찰과 경찰은 조직상 독립된 기관으로서 효율적인 범죄투쟁을 위해 형사사건의 소추를 행함에 있어서 상호신뢰를 가지고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검찰은 수사절차의 전 과정에 걸쳐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셋째로 경찰에게는 본 지침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서 범죄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할 법률상의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넷째로 경찰은 ① 법률적 관점 또는 사실적 관점에서 해결이 어려운 사건이나 중요한 사건, ② 검찰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하여 보고를 요구하거나 또는 절차법상의 이유나 형사정책적인 이유에서 일정한 유형의 사건에 대하여 보고를 요구한 경우에 검찰에 대하여 자신이 인지하게 된 범죄사건 및 그 사건에 대하여 취한 조치에 관하여 검찰에 즉각적으로 보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로 검찰이 경찰을 수사에 개입시키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경찰이 즉시 알지 못한 사건이 있을 경우에 검찰은 그 사건에 대하여 수사 개시한 사실을 경찰에게 통지한다는 것이다. 여섯째로 수사가 종결되면 경찰은 지체 없이 수사기록을 검찰에게 송치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경찰과 경찰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15개항의 새로운 지침이 채택됨으로써 양자의 관계가 보다 협조적인 차원에서 연대가 강화되어 경찰과 검사는 각각의 독립된 기관이지만 상호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법제도와 검찰제도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도 상이한 특징을 갖는다. 프랑스 사법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이심제라는 것과 검찰이 법원의 하부조직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제도적인 특성은 검찰제도의 발전역사에서 비롯된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잦은 혁명 등으로 인해 정국이 불안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경찰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상명하복의 관계라 할 수 있으며, 검사는 범죄수사와 소추를 위한 사법경찰관리의 활동을 지휘하며, 검사 자신의 직무를 위하여 사법경찰관리에게 부여된 권한과 특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경찰력을 동원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프랑스 혁명 이전부터 이미 형성되었던 것이며, 혁명 후 1808년 제정된 프랑스 치죄법(Le Code d’Instruction Criminelle)에 의해 명문화·구체화되었다.

이러한 경찰과 검찰의 관계가 형성되게 된 역사적 배경에는 계몽주의 철학자들의 인본주의적 철학의 뒷받침과 혁명후 사회의 혼란을 효과적으로 수습하고자 하는 현실주의적 요청이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과 현실주의적 필요성이 형사소송절차를 규정한 프랑스 치죄법에 반영되어 수사에 있어 검사의 주도적 지위가 제도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한편 1959년 사법제도를 개혁할 때에도 치죄법 대신에 새로이 형사소송법(Code de Procedure Penale)을 제정하였으나,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의 관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개혁이 없었다.
프랑스의 경찰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눌 수 있다. 국가경찰로는 내무부 소속의 국립경찰과 국방부 소속의 군인경찰을 두고 있으며, 자치경찰은 인구 1만 미만의 읍·면과 자치단체인 코뮌(Commune) 중 1만 명 이상의 일부 시에 설치하여 운영하고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일반적으로 시·읍·면장은 의회에서 선출되며, 그 지역내의 경찰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업무를 기준으로 경찰을 구분하면 사법경찰과 행정경찰 두 종류가 있는데, 위의 시·읍·면장 등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주로 행정경찰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검찰제도의 근대적인 모습은 치죄법에 의해 갖추어졌으며, 그 후 1959년 형사소송법이 개정·성립되었다. 이러한 검찰은 법무부장관에 종속되어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의해 움직이며, 행정권의 일부로서 사법에 대한 정부의 감독기능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검찰은 각 형사법원에 부치한다.

프랑스의 사법제도는 원칙적으로 2심제이며, 1심법원에는 배심제를 채택하는 중죄원(Cour d’Assises)과 법관만이 재판하는 경죄법원(Tribunal Correctionnel)이 있다. 2심법원으로는 공소원(Cour d’Appeal)이 있고, 우리나라의 즉결심판에 해당하는 위경죄법원(Tribunal d’Instance)이 있다. 또한 하급심에서의 법규의 적정한 적용여부를 심리하는 파훼원(Cour de Cassation)과 예심절차를 수행하는 예심판사가 있다.

검찰청은 이에 대응하여 그 독립적 지위를 가지고 설치되어 있다. 1심법원에 대응하여 공화국검사(Procureur de la Republique)와 그 대리가 있으며, 2심법원에 대응하여 검사장(Procureur General) 및 그 대리가 각각 그 직무를 수행하며, 위경죄법원에 대하여는 경부(Commissaire de Police)가 대개 검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법률적용적부를 논하는 파훼원검사는 법원검사(Avocats Generaux)로 법무부장관의 소속에 있으며, 다른 검사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되어 있다.

프랑스의 사법경찰도 다른 국가의 사법경찰과 마찬가지로 범죄를 발견하고 범인을 특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형사소송법이 정한대로 범인을 체포하고 범죄를 수사하며 증거를 수집한다. 수사를 함에 있어서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시 또는 직권에 의하여 경찰예비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사법경찰관리의 독자 수사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임의수사가 원칙이나 사법경찰관에 대해서도 제한적 강제처분을 허용하고 있으며, 현행범의 체포 등 피의자신병구속에 대해서도 24시간동안 경찰의 보호유치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24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

한편 사법경찰은 모든 범죄를 인지한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고 조사를 마친 다음에는 송치하여야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중대하고 명백한 대규모 사건 이외에는 거의 준수되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 법원에서 관대한 처분이 예상되는 경미한 범죄는 사법경찰관에 의해 사건이 대부분 종결된다.

따라서 사법경찰은 수사의 주재자로서의 지위와 보조자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