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지역사회는 포천의 고유한 정체성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우리 지역사회는 수도 서울과 인접해 있으면서 북한과의 최전방 경계선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여러 문화의 속성이 혼재한 듯한 특성을 다소 노출하여 왔다. 이러한 일면들이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우리 지역사회의 발전에 상당히 순기능적인 요소로 작용하였지만 고유성의 입장에서는 우리 지역사회의 발전에 어느 정도 저해되는 역기능적인 요소로 악용되었다.
우리는 포천이 군에서 시로 승격된 직후부터 지금이야말로 그 동안 다소 혼란스러웠던 지역의 정체성을 아우르는 적절한 시점이라고 여기고 시민의 정신을 한 곳에 집약시킨다는 의미에서 ‘시민의 종’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하여 왔다. 그런데 우리는 현재 ‘시민의 종’이 제작되어야 하는 근본적인 의미와 취지가 완전히 변질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히 하나의 이벤트 사업으로 ‘시민의 종’을 주조하려 한다면 지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칭 포천시민대종’의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처럼, ‘시민의 종’ 제작은 시민의 성금이든 시민의 혈세이든 예산낭비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시민의 종’ 제작에 관계한 당사자들이 저마다 처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우리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근원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우리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의 창출 계기로 이것을 활용한다면 우리 지역의 정신이 한 단계 더 성숙할 것으로 본다. ‘시민의 종’이 포천의 특수한 정신을 담을 수 있는 과거와 현재 속에 살아 숨쉬는 포천만이 지닌 고유한 브랜드로 이미지화 되는 문제를 우리는 지금 숙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몇몇 지역에서 만든 ‘시민대종’이라는 이름의 평범한 보통명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아무런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예를 상기하면서 ‘시민의 종’ 제작 관계자들은 ‘시민의 종’에 부여할 이름의 중요성을 철저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기서 지역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시민의 종’의 브랜드 이미지의 조건으로 몇 가지 요소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고유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고유성이라 함은 포천에서만 찾을 수 있는 가장 포천적인 독특한 개체성을 의미하는 반면, 보편성은 포천을 뛰어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일반성을 뜻한다. 포천이라는 지역의 전통과 역사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고유한 문화적 요소가 인간 개개인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보편화된 원형의 속성과 아우르질 때 그 브랜드의 이미지 가치는 생명력을 지닌다고 하겠다. 둘째는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지녀야한다. 브랜드의 이름이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고, 다른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보통명사가 아닌 희소성을 갖춘 고유명사로 태어날 때 그 브랜드의 이미지는 신비감이 더해지면서 가치를 더욱 확장하게 된다. 셋째로 그 브랜드 이미지가 상품으로 전이될 수 있는 의미의 소통 속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그 브랜드의 기호의 소유가 곧 상품의 구매로 연결될 수 있는 가치 구현적 속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후기산업사회에서는 브랜드 이미지의 소비를 통한 집단의 묶음현상이 흔하게 일어난다. 브랜드 이미지가 대중의 의식 속에서 토템화 되면 자연스럽게 그 이미지의 소유여부는 물건의 분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특수한 브랜드의 이미지의 소유/비소유는 단지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고유한 정체성의 함양/비함양과 관련되고, 여기서 더 나아가 독특한 상품의 소유/비소유의 단계로 전이된다고 하겠다. 한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의 기호가 지역민들이 그 사회에 소속된 집단임을 깨닫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하는 적절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포천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은 브랜드 이미지의 창출이 시로 승격된 이 시점에 매우 절실하다고 하겠다.
이 같은 관점에서 포천이 배출한 선각자 동농 이해조의 대표작품의 제목인 『자유종』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요즘 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인직 대신, 이해조를 신소설의 시조로 재조명하는 움직임과 함께, 이해조의 출신 내력과 그의 작가 의식의 지향점을 살펴보면 그는 지역 브랜드 이미지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다고 하겠다. 왕족 출신으로서의 이해조가 1900년 초반기에 『자유종』을 비롯한 많은 작품 속에서 줄곧 조국의 암담한 미래와 민중의 애달픈 삶을 고민하면서 조국의 새로운 비전을 열망했다는 점에 비추어본다면 그의 작가 의식은 포천만이 간직할 수 있는 시공을 초월하는 고유한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해조의 대표 작품인 『자유종』을 앞서 언급한 브랜드 이미지가 갖추어야 할 주요 요소에 맞추어 생각해 보면 이 이름 속에는 포천출신의 선각자로서의 고유성과, 또한 자유추구를 향한 인간 개개인의 보편적인 집단무의식의 속성이 함께 내포되어 있다. 여기에다 왕족 출신이면서 민중의 삶을 걱정한 작가관은 보수와 진보를 함께 담을 수 있는 다른 지역의 문화적 속성과 차별성을 줄 수 있다. 『자유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이해조의 개인의 삶이라는 내연에서 포천인의 의미 있는 삶의 질과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포천인의 외연으로 그 의미가 다의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신비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유종』이 시민의 종의 브랜드로 이미지화 된다면 이것은 다각도로 상품화 될 수 있는 자본의 요소를 갖추고 수 있다. 『자유종』이 각종 인형으로 제작되거나 『자유종』이 새겨진 티셔츠를 비롯하여 의류나 포천이 생산하는 상품의 브랜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자유종』과 관련된 문화산업과 관련하여 세계의 각종 종을 전시하는 종 박물관의 건립이나 북한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북한의 자유를 울리는 평화개념을 접목하여 통일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문화산업의 요체로 쓸 수 있다. 그밖에 『자유종』이 산업의 자본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소는 더 많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민의 종’의 브랜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보하고, 또한 다른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차별화될 수 있는 고유성과 보편성을 함께 갖춘 이미지를 창출하는 요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지금은 ‘시민의 종’의 이미지로서 가장 의미 있는 포천의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연결되는 고유성과 보편성을 갖춘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숙고할 때임이 분명하다고 하겠다. 가칭 ‘포천시민대종’ 추진이나 그것의 반대의 의견에서 한발 물러나 우리는 지금 이 순간 포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안이 무엇인지를 신중히 숙고해야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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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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