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을 표 이해조문학회 회장
저는 지난 1월 15일 ‘시민대종의 이름을 자유종으로 하자’는 취지의 글을 포천신문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저는 꼭 해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시민들에게 돈을 거두어 시민대종을 만든다는 일은 지금 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는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 시 승격을 기념하기 위하여 꼭 시민대종을 만들어야 한다면, 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와 포천 미래의 비전을 그 종에 담아 시 승격의 역사적 의의를 밝히고 또한 이 난국을 극복하는 희망의 표지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저의 모든 양식과 지혜를 동원하고 포천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담아 이해조 문학회 회원들과 상의하였고, 박윤국 시장님을 비롯한 많은 뜻있는 인사들의 의견을 모아 ‘자유종’이라는 안을 제안했습니다.
시에서는 이미 시민대종추진위원회를 조직하여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아직도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시민들이 수긍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기대할 수 없게 되고 시 승격을 기념하는 취지도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대종추진위원회에서 밝힌 이 사업의 취지를 보면 포천에는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재가 없어 시민대종을 만든다고 되어 있습니다. 최종규 추진위원장님이 밝히신 금년 6월 7일자 발표한 ‘당부의 말씀’에 의하면 “현재 우리 포천에는 문화유산으로서 영원히 후손들에게 남겨줄 것이 삼국시대에 축성된 반월산성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고 전제하고, “영구히 우리의 후손들에게 문화유산으로서 남겨줄 시민대종을 제작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설혹 우리가 지금 후손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을 만든다고 해도 우리의 후손들이 그것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치 있는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쓰레기나 고철로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문화유산으로 생각하여 문화재로 지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지금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후대의 우리 후손들이 결정할 사항입니다.
고려의 대장경은 몽고의 침략이라는 국난을 당해, 조정이 강화도에 피신하여 불력(佛力)으로 이를 이기려는 절박함에서 나온 국가적 사업이었습니다. 지금 중국여행의 필수 코오스인 만리장성은 가장 큰 국가적 골칫거리인 이민족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진시황이 고육지책으로서 수많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 만든 대역사의 결과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대의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그것들을 오늘의 관점에서 문화유산으로 생각해 국가는 문화재로 규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월산성이 국가사적지로서 귀중한 문화재가 된 것은 고대의 당시 우리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줄 문화유산으로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삼국 특히 고구려와 백제의 치열한 영토전쟁에서 이곳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새지이기에 국력을 동원하여 이곳에 성곽을 쌓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방위거점을 확보하고 그것을 지키지 위하여 보루를 쌓은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성곽국가인 고구려의 축성에 대한 그 역사의 귀중한 증거로서 반월산성을 문화재로 규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문화유산으로 인식하여 문화재로 부르는 모든 것들은 그 문화재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당대 현안 과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한 노력의 결과물들입니다. 한가하게 후손을 위해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문화재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들은 당대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권력자의 전시물에 불과할 것입니다. 43번 국도변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휘호를 써 넣어 만든 ‘호국로’라는 표지 석조물과 같은 애물단지가 될 것들입니다. 현재 나타난 바와 같이 아무런 절박성이나 아무런 당대적 의미나 포천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에 기초한 대안적 고뇌가 없이 고식적으로 그저 시 승격을 기념하는 기념물로 시민대종을 만든다면 다른 수많은 도시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를 내세워 만든 흔하게 있는 그저 그런 구조물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다른 도시보다 좀더 그럴듯하게 꾸며 만들었다고 우리의 후손들이 그런 것들을 자신들만 지니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생각하여 문화재로 자랑스럽게 여겨줄 바보는 더더욱 아닐 것입니다.
금년은 특별한 해입니다. 이 땅이 국권상실의 비운을 맞은 을사조약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또한 비록 분단이 되긴 했지만 일제로부터 나라를 도로 찾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급히 돌아가고 있는 때입니다. 전쟁의 위기와 통일의 기회가 공존하는 급박한 국면인 것입니다.
우리 지역이 낳은 민족의 선각자 동농 이해조 선생은 이와 흡사한 국면인 100여년 전에 조국의 문명개화와 민중의 애국계몽 일선에 서서 조선 민중에게 <자유종>을 울렸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제2의 자유종’이 울려야 할 때입니다.
포천은 통일한국의 전초기지입니다. ‘금강산까지 96킬로미터’라고 포천의 도로 아치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3개 대학과 50여개 학교가 있는 문화와 교육 입지의 도시입니다. 포천이 단지 시로 승격된 것에 만족해 할 것이 아니라 포천을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와 교육 그리고 통일기반의 거점도시로 발전시키려는 시민들의 원대한 비전과 염원을 담을 그릇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염원을 하나로 묶고 상징화하려는 의지의 구체적 표현이 필요합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종>은 이미 하나의 상징이고 ‘이해조’는 하나의 문화입니다. 이해조 선생은 우리가 기리고 본받아야 할 선각자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은 이미 학계의 진리입니다. 그럼에도 동농 선생을 편향된 주변적인 인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해조’브랜드는 분명 포천을 대표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대표브랜드로서의 가치가 넘치도록 많습니다. 다른 지역은 없는 사실도 만들어 문화 콘텐츠로 만드는데 우리 포천은 이렇게 귀중하고 어마어마한 문화적 자산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가치를 아직 잘 알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알아야 할 지도적 입장에 처한 사람들도 제대로 알려고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미 금년 1월 15일에 밝힌 ‘시민대종을 자유종으로 하자’는 취지의 제안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지나가는 현실을 목도하며, 광복 60주년인 8.15를 맞이한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입니다.
<자유종>은 포천이 우리나라의 통일 중심도시로 탄생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이해조 브랜드로 포천이 새로운 문화와 학문의 거점도시로 거듭나는 단초를 제공할 것입니다. 저는 이제 해방 60주년을 맞는 저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포천에 ‘자유종’을 울리기 위한 일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할 것입니다. 뜻있는 분들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지난 1월 15일 쓴 글에서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면서 저의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자유종’이 울린다. 그것은 천년의 한을 울리는 해원(解寃)의 소리이며, 역사의 새 장을 알리는 개벽(開闢)의 소리이며, 상극을 아우르는 화해(和解)의 소리이며, 화이부동하는 조화(調和)의 울림이며, 문화 교육 도시 포천의 신새벽을 알리는 개명(開明)의 울음이며, 남북 분단의 고통으로부터 해방(解放)되는 소리이며,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의 합창(合唱) 소리이며, 희망찬 미래를 여는 창조(創造)의 아우성이다. ‘자유종’이 울린다. 그것도 해방 60돐을 맞아, 을사보호조약 100주년을 맞아, 1000여 년의 군(郡)을 벗어나 시(市)로 거듭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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