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선비정신·5] 사적으로는 원수(정적:政敵)지만 공적으로는 도움을 준 이종성

이종성(李宗城)

 (1692~1759)

이종성은 경주인으로 백사 이항복 선생의 6세손이다. 자는 자고(子高), 호는 오천(梧川)으로 흔히 장단 오무기 대신, 오천상공으로 불리운다.

할아버지 세필(世弼), 아버지 태좌(台佐)에 이어 3대이어 영의정을 역임하였다. 이종성이 퇴임후 장단 오촌(梧村)에 물러나 있었다. 오촌은 중국으로 가는 사신(使臣)이 경유하는 곳이었다.

하루는 이종성이 정원을 소요하며 말하였다. 오늘은 유척기(영조조의 영의정)가 오게 될 것이다 하니 자질(子侄)이 물었다. 그와 우리 집안은 서로 원수지간인데 어찌하여 우리집에 오겠습니까? 이종성이 대답하였다. 공사는 사적인 협의를 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였다. 얼마 지나자 동구 밖에 벽제(　除)소리가 들리더니 유정승이 과연 이르렀다. 이종성이 병풍으로 마루사이에 가로막아서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물었다.

‘공이 온 까닭은 무엇이오’유척기가 대답하였다. 지금 변무사(辨誣使-청나라에서 우리 조선이 멸망한 명나라를 숭모하고 있다고 트집을 하여 오므로 이를 변명하러 가는 임무를 띤 사신)의 임무를 띠고 연경에 가는데 어떻게 하면 모함을 변명하겠소 하니 이종성이 다음과 같이 일러주었다. 내가 항상 제삿밥을 좋아하고 있어 아는데 이웃집에 재가(再嫁)한 여자가 있어 전 남편의 제사를 매우 정성스럽게 지내니 뒤에 얻은 남편이 시기하여 그것을 꾸짖었소.
그 여자가 말하기를 당신의 말이 잘못되었소 당신이 불행하게도 죽고 내가 생활이 어려워서 또 개가(改嫁)하면 당신의 제사를 이와 같이 지내지 않겠소 하니 그 남편이 그 말을 그럴싸하게 여겨 전 남편의 제사를 지내게 하고 나에게 제삿밥 한 그릇을 주면서 그 사실을 모두 말하기에 나도 그 여자를 기특하게 여겼소 하였다. 이종성은 또 말하였다. 내가 금관조복(金冠朝服) 한 벌을 새로 지은 것을 공에게 줄 터이니 공은 그 뜻을 유의하기 바라오 하였다. 유척기가 그제서야 이종성의 뜻을 알아 차리고 떠났다. 연경에 이르러 미리 금관조복으로 갈아입고 청나라 건륭제(乾隆帝)를 보니 황제가 노하여 물었다. 너희 나라가 대보단(大報壇-조선시대에 명나라의 태조, 신종, 의종을 제사지내던 사당으로 숙종31년 창덕궁에 설치하여 지금까지 전하고 있음)을 세우고 공복(公服)을 아직도 명나라 제도를 쓴다하니 너희 나라가 청(淸)나라를 받들면서 아직도 명나라 조정을 잊지 못하니 어찌 이러한 도리가 있단 말이냐? 유척기가 이종성의 말대로 비유하여 대답하고 또한 입고간 금관조복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명제(明制)의 공복이 이와 같으며 또한 옛날 근본을 잊지 못하므로 폐하지 못합니다. 하였다. 건륭제가 금관조복이 화려하고 정제하며 패옥(佩玉)이 쟁그랑 쟁그랑 울리는 것을 보고 이어서 분부를 내렸다. 너희 나라가 본디 예의의 나라로 일컬어져서 옛 임금을 잊지 않으니 그 뜻이 가상하고 의관문물(衣冠文物)이 옛날부터 소중화(小中華)라 일컬어졌는데 그 의복을 보니 참으로 거짓말이 아니다. 하는 것이었다.

건륭제가 특별히 상으로 천리나귀 한필을 하사하였다. 유척기가 사신의 소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종성의 뜻에 감사하여 그 당나귀를 오촌 어귀에 매어놓고 알리지 않고 서울에 올라와 복명하였다. 그날 이종성은 하인에게 명하여 몇시경에 동네 어귀에 가면 나귀 한 마리가 매어 있을테니 끌고 오라고 일렀다. 이종성대감의 신명(神明)함은 온 세상이 감탄하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