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렸을 적에(34)]김순진의 연재 수필-레슬링 전성시대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05년 07월 30일
교실에서 여자아이들은 두 사람이 손뼉을 마주치며 쎄쎄쎄 놀이를 합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돗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선생님 계실 적에, 엽서 한 장 써주세요, 한 장 말고 두 장이요, 두 장 말고 세 장이요, 구리 구리 구리 구리.”
손을 마주 잡아 지붕을 세우고 가위, 바위, 보를 합니다. 진 사람을 엎드리고 손가락 다섯 개중 한 개를 찍어 알아맞추는 놀이입니다.
“메리 메리 메리뽕, 하와이로 갈까요, 우리 우리 우리는, 주먹뽕, 가위뽕, 보자기뽕,”
그렇게 하며 가위 바위 보를 합니다. 그래서 진 사람을 ‘유리 항아리’라고 소리치며 간질이는 놀이입니다.
‘사치기 사치기 사빠뽀’는 여러 사람이 빙 둘러앉아 ‘사치기 사치기 사빠뽀’를 외우며 옆의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다 틀린 사람은 노래나 장기 자랑을 해야 합니다.
“곰발바닥 개발바닥, 개발바닥 말발바닥, 말발바닥 소발바닥….”하는 식의 끝말잇기 놀이도 재미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책상을 앞으로 몰아놓고 레슬링이 한 판 벌어집니다.
동네에 한두 대밖에 없는 텔레비전에서 역도산, 김일, 장영철, 천규덕 등이 나와 박치기, 알밤까기, 헤드록, 드롭킥, 코브라 트위스트, 십자 굳히기 등의 기술로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교실의 마룻바닥에 분필로 링을 긋고 두 명씩 편을 짜 태그매치로 레슬링을 합니다. 기중는 덩치가 커 힘이 셌지만 심재 사는 푸줏간 아들 상진이는 키가 조그만해도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힘이 대단합니다.
선생님은 내일 단체로 학교 옆에 있는 군인극장으로 학생입장환영 영화 관람을 간다고 합니다. 학교에 가려고 동네 마을회관 앞에 모였습니다.
학교가 멀어서 모두 회관 앞에 모여 일학년부터 육학년까지 모두 한 줄로 서서 학교를 가갑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아요.
“야, 너 오늘 영화 보니?”
친구가 물었습니다.
영화비가 20원인데 그만 깜빡하고 엄마한테 말씀을 안 드렸지 뭐에요.
나는 가방을 친구에게 맡기고 집으로 달려갔어요.
“엄마, 엄마! 오늘 학교에서 영화본데요.”
“에이, 이 녀석아! 갑자기 돈이 어디 있어. 잠깐 기다려 봐!”
엄마는 밥을 잡숫다 마시고 군인가족 집인 두석이네와 상희네로 달려갑니다.
농사꾼의 집은 단돈 십 원도 현금이 없거든요. 군인가족은 그래도 매월 월급을 타서 생활을 하니…
“옛다, 이십 원!”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엄마는 숨을 헐떡이시며 이십 원을 꾸어 오셨어요.
그래서 남들처럼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오늘 영화는 ‘박치기 왕 김일’이란 영화입니다.
극장 안 스크린에서는 김 일이 나와 외국의 덩치 큰 사람한테 반칙을 무던히도 당합니다.
그 미국사람은 팬티에 뾰족한 흉기를 가지고 나와 심판 몰래 김일 선수를 찌르네요.
미국 선수와 일본 선수에게 갖은 반칙과 흉기로 당할 대로 당하여 우리들의 가슴이 메어졌습니다.
(계속) |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05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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