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창종의 <포천 이야기> (138)

포천의 영평 팔경은 이미 소개한 바 있거니와 옛 포천현의 여덟 개의 다리, 즉 ‘포천팔다리’는 그리 유명한 명승은 아니었으나 내 고향 포천사람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 왔다.

‘동다리’, ‘솣다리’, ‘방아다리’, ‘계다리’, ‘공섬다리’, ‘유성기다리’, ‘만세다리’, ‘요물다리’, 등 여덟 개의 다리는 냇물을 건너 다니게 하는 편리한 점이 있었겠으나 다리 밑에서 여름 날 더위도 피하고 낮잠도 즐기며 다리 그늘에 의지하고 사는 버드나무, 미루나무, 소나무 등의 뿌리에서 물고기가 살기도 하고 수초가 있는 물고기 아파트로도 좋은 환경이었다.

여름날 글발 학동들을 가르치시는 훈장님이나 접장님 그리고 마을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탁족놀이(여름날 더위를 식히려 냇물에 발을 담그며 시도 짓고 읊는 놀이)’를 즐겼던 곳도 다리 근처였다. 대개 글방에서는 한달에 보름과 그믐을 택하여 그동안 배우고 익힌 바를 시험하는 모임을 가졌는데 여름에는 탁족놀이 마당에서 행해졌으리라. 또, 책 한 권을 다 배우고 났을 경우, 문리(文理)를 깨우치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경우도 학부모님을 모신 자리에서 ‘책걸이’, ‘책시습(冊試習)’이라고 하여 시험도 보고 축하 모임도 가졌다. ‘천자문’, ‘동몽선습’ 등의 책은 지금의 유치원에 해당되는 예비과정이고 ‘소학’을 완전히 익혀야 요즈음 초등학교 과정에 입학하여 첫 관문을 통과한 ‘한글 깨치기’와 ‘기본학습태도’를 익혔다고 볼 수 있는데 월곡을 비롯한 명현들이 평생 ‘소학’을 머리맡에 두고 애독했을 정도의 명교과서였다. 그리고 명심보감도 교과서로서 가장 기초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몰락한 양반의 평생소원이 자식놈이 소학이나 명심보감을 사랑방에서 낭랑히 읽는 소리를 듣고 싶음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내고향 포천의 ‘탁족놀이’나 여름 ‘천렵(여름물고기 잡기)’ 장소로는 계다리나 복장굴이 으뜸이었고 다른 다리도 평소 애용되던 서민의 여름 안식처였다. 청성산과 수원산 그리고 잿뒤에서 흐르는 냇물이 모여 한내천으로 흐르는데 이 개천을 ‘옥계천’이라고도 하고 ‘유성기 개울’이라고도 하였다.

미륵불에서 한내천으로 내려 흐르던 ‘유성기 개울’은 유난히도 맑고 물흐는 소리가 아름다워 내고향 포천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만세다리’나 ‘공섬다리’ 밑은 물의 양이 많고 세차서 어린이들은 무서워 놀지 못하였는데, 여름 큰물이 간 뒤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과 탁족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요즈음은 축산 폐수가 냇물에 흘러들어 오염이 되고 공장과 가정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그리고 시장 노점상들이 방류하는 폐수가 많아 아름다운 내 고향 포천의 냇물이 오염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옛 탁족놀이, 팔다리의 아름다움을 되살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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