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의 선비정신·4]정조시대 청론사류의 대표적 인물

리 효 종
포천한시사 대표

이서구(李書九)  1757(영조30)~1825(순조25)

자는 낙서(洛書),호는 척재(　齋) 강산(薑山) 본관은 전주. 선조대왕의 12남 인흥군의 6대손이고 증 영의정 원의 아들이다.

연암 박지원의 문하에서 수학하고 정시문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가 사관을 지내고 사헌부 지평에 이르렀을 때 젊은 나이에 인격이 고매하고 학식이 높아 중망을 받자 이를 시기하는 무리가 있어 관직을 버리고 집(양문)으로 돌아왔다.

정조가 선생에 대한 일을 탐문하고 그 인품과 학식이 아까워 대신들과 의논하여 불렀으나 나가지 않다가 왕의 간곡한 분부가 재차있어 조정에 나가니 초계문신(抄啓文臣--문학에 뛰어난 사람에게 내리는 직책)에 임명되고 이어서 홍문관 교리, 다음해 경상도 암행어사, 이어서 승정원 승지가 되자 모함을 받아 유배, 풀려나와 다시 승지에 임명되었으나 나가지 않았다. 대사성, 대사헌 등 여러 직첩을 내렸으나 취임하지 않았다.

호남지방이 연이은 흉년으로 혼란에 빠지자 이를 해결할 유일한 인물로 지목되어 호남감사로 임명되었으나 취임하지 않으니 조정에서는 선생을 호남지방으로 유배를 보낸후 호남감사 직첩을 내리니 그는 호남땅에 유배길에서 백성들의 비참한 실황을 보고 어쩔수 없이 호남감사로 취임하여 3년의 임기중 모든 어려운 현안을 훌륭하게 해결하고 임기가 끝나자 바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후 왕이 수차 부름으로 조정에 나가 병조참판, 이조참판 등을 역임하고 왕명으로 장릉지를 교정하고 존주휘편을 찬수하였다.

그는 청론과 북학의 중심인물로서 확고한 태도로 세도정권에 맞서 사림정치의 원칙을 고수하였기에 벼슬길은 순탄치 않아 수차에 걸쳐 유배의 수난을 겪었다.

정조는 조선조 500년동안 세종과 더불어 숭문의 군주로 알려졌다. 정조는 공론을 배격하고 실사구시하는 실학의 해박한 지식을 가진 선생과 의사가 상통하였던 것이다.

정조가 학덕이 높은 실학자인 정약용과 선생을 가장 아끼고 신임하였기에 주위에서 시기하는 무리가 많아 정약용이나 선생의 관작생은 형극의 길이었다.

순조가 즉위하자 양문에 은거하고 있던 선생을 형조판서에 임명하고 정조실록 편찬에 참여토록하고 이어서 이조판서, 한성판윤, 평안관찰사 등을 역임, 대호군을 거쳐 우의정에 올라 선정을 베풀어 중망을 받았다.

사직소를 올리고 고향(양문)에 돌아오니 조정에서는 판중추부사 좌의정에 임명하고 수차 불렀으나 기어이 나가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는 한편 고명한 학자들과 교유하면서 지내다가 1825년(선조25) 72세로 서거하였다.

당대의 대학자요 실학자인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과 더불어 한시4대가로 뽑히고 아울러 청론북학의 중심인물로서 정조, 순조는 물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터였다.

그는 양문대신으로 널리 알려진 포천이 낳은 위인이었다. 양문대신에게는 일화도 많이 전한다. 선생은 앞날 닥쳐올 일을 미리 알아 맞히는 때가 많았다.

전라감사로 임명되어 적폐를 바로잡고 선정을 베풀고 임기가 끝나 서울로 돌아올 무렵에 호적을 가져다 여러 서리에 나누어 주면서 다시 베껴 오도록 하여 다른 창고에 별도로 보관하게 하였다. 그런데 선생이 떠난 후 어느날 갑자기 호적창고에 불이 나서 다른 장부는 모두 타버렸으나 새로 베껴다 따로 보관해둔 호적은 아무 탈이 없었다. 자기가 떠난 후 이러한 일이 저질저 질 것을 예견하였던 것이다.

또 다른 일로는 그가 전라감사로 있을 때 어느날 북두칠성에서 별똥이 나주지방에 광채를 내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감영에서 부리는 하인을 불러 단단히 일렀다. 네가 지금 당장 나주 이 아무개 집에 가면 그집 며느리가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 태어난 아기가 사내아이거든 반드시 죽여버리고 계집아이거든 죽이지 말고 돌아오너라 하고 일렀다. 얼마 후 하인이 돌아와 이렇게 보고하였다. 정말 아이를 낳았는데 계집아이를 낳았더이다. 선생은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사내아이가 태어났다면 틀림없이 국가의 국난을 일으킬 존재겠지만 계집아인데 무엇을 해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반드시 권세가의 첩실이 되어서 그 세력이 한 시대를 어지럽게 할 것이다 하였다. 그 계집아이가 과연 세도재상 김좌근의 첩이 되어 그를 통하던 아니되는 일이 없다고 하여 나주합하로 불리우던 나합 이었다.

이밖에도 그이 청백성과 앞날을 예견하던 일화가 많이 전해지는데 이는 그의 뛰어난 능력에 대한 여론과 여망이 투영되어 나온 일화들이다. 선생의 시호는 문간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