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정 자
계단을 뛰어 오른다 넘어졌다 바구니 속을 드러내며 우르르 쏟아진다 전철 문을 빠져 나오는 사람들 다리사이로 흩어지며 구르고 구른다 어떻게 품을 팔아 산 것인데 밟히고 차이고 뭉개지며 일그러진 흠집이 난 감자를 집을 때마다 역한 발 냄새 화려한 부활을 꿈꾸었던 마음 구겨져 거리에 떨어진다 얼굴엔 빨간 꽃이 핀다 뇌속에 지진이 일어나고 등줄기 식은땀이 흘러도 상처 난 감자를 줍는다 내일 아침 식구들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감자 이보다 소중한 것이 있겠는가
나는 허리를 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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