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울은 옛부터 호랑이골이라고 하였다. 국사봉 국사당 할머니신이 암호랑이였는데 추석 무렵이면 금강산에서 국사봉으로 내려와 산제사를 받고서 다시 돌아가고는 하였는데 그 위엄이 대단하였다고 한다. 산짐승을 잘 잡는 만석이금을 함정에 빠뜨려 죽게 하고 산에서 살면서 산나물이랑 새알이랑 즐겨 채취하던 부전어미의 왼뺨을 때려 눕혀 큰 상처를 입히기도 하였다.
그런데 기피울 사람들은 늘 걱정이었다. 해가 짧은 가을이나 겨울 장을 보고 늦게 물어고개를 넘어 기피울로 돌아 올 때면 물어고갯 마루에 떡 버티고 앉아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 같은 눈을 부라리고 두리번거리는지라 장날 저녁이면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가을 추석 무렵이면 국사당 집에서 마을의 안녕을 비는 산제사를 드리게 되었다. 더욱 어려운 것은 호랑이 늑대들이 마을 개나 돼지를 잡아먹는지라 가축을 기르는 집이 드물었다. 그래서 평소에도 물어고개를 넘는 과객들은 물어고갯마루에 있는 성황당에다 예를 올리고 지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는 들쥐를 비롯한 산·들 짐승들이 번창하여도 호랑이는커녕 늑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웬일이지? 큰일 아닌가? 산의 큰 짐승이 아니 보이고 좀생이 짐승만 기승을 부리다니…”
또 이상한 일은 호장모루 아래 샘물을 먹고 병을 치료하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떤 사람들은 감기나 곱불이 호장모 샘물을 먹고 치료되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십년 고질병을 고쳤다고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충청도 사는 효자가 어머니의 십년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팔도강산 방방곡곡의 약수를 찾아 다녔는데 호장모 샘물을 먹고 씻은 듯이 병을 고쳤다고 하였다.
‘정말 호장모 샘물이 만병통치 약수란 말인가?’
기피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둥 하였더란다. 마을 사람들은 궁금증을 풀기 위하여 모두 모여 의논을 하였다.
“샘물 터를 샅샅이 뒤져보자. 무언가 영험한 증거가 나오지 않겠느냐?”
누군가 소리쳤다.
마을 사람들의 중의에 따라 온통 호랑이의 사라진 사연과 샘물의 영험함의 원인을 캐고자 마을을 수색하기로 하였다. 온 종일 뒤진 끝에 정말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다.
“아니, 이것 봐라 이건 호랑이 아닌가? 죽은 호랑이가 여기 있다”
불티 영감과 천식이가 소리쳤다.
마을 사람들이 불티 영감과 천식이가 소리치는 곳으로 모두 모여들었다.
큰 황소만한 백년 묵은 호랑이가 죽어 있는게 보였다. 기피울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던 늙은 호랑이는 죽은 시체가 되어 썩은 샘물의 약효를 더하고는 저 세상으로 갔다고들 하였다.
그래서 호장모 샘물은 범데미(호랑이 무덤) 약수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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