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民本사상가 鄭道傳
정도전(1337~1398)은 조선왕조 건국의 이데올로그(Ideolog: 이론가)요, 설계자였다.
그는 고려왕조에서 조선왕조로의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선양(禪讓)의 형식으로 성취시키는 쿠데타에 동참하고 이를 정당화했다. 그는 이태조(李太祖)와의 관계를 한고조(漢高祖)와 장량(張良)의 관계로 비유하면서 한고조가 장량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장량이 한고조를 이용하였다고 취중에 토설하였다는 것이다.
조선왕조는 말하자면 이태조의 힘을 빌려 정도전이 제 뜻을 편 작품이라는 말인 듯 싶다. 그렇다면 새 왕조의 창건을 통해서 정도전이 펼치려했던 뜻은 삼봉집(三峰集)을 통해서 소상히 알 수 있다.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프랑스 공화국이 어떤 꿈을 안고 있었는지는 우리는 인권선언을 통해서 알 수 있고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하여 탄생한 소비에트 국가의 설계도는 마르크스 레닌의 저서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것은 백년전이나 고작 2백년전의 일이다.
그러나 불교국가에서 유교국가로, 왕(王)씨의 왕조에서 이(李)씨의 왕조로의 전환은 2중의 혁명을 통해서 조선왕조가 창건된 것이요, 14세기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백여년전에 건국한 조선왕조의 건국이념이나 통치설계도는 20세기에 등장한 어느 신생국가 못지 않게 명문화하여 극명하게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에 제시하고 있다. 오백년 사직의 ‘마스터 플랜’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경국전은 정도전이 삼봉집에 기저 찬진한 것이다. 살펴보면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14세기말 이 지구상에서 이토록 뚜렷한 건국이념과 합리적인 통치철학을 명문으로 밝히면서 출범한 국가는 없다.
성리학(性理學)의 핵심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오상(五常)을 근본으로 하여 통치의 철학으로 삼은 것이다.
오늘의 시각에서도 주목을 끄는 것은 다음의 세가지다.
첫째, 민본(民本)사상이고 둘째, 재상(宰相)중심제 사상이고 셋째, 언로(言路)기능의 강화이다.
첫째, 백성(民), 나라(國), 임금(君)의 관계를 명쾌하게 하고 있다. 임금은 나라에 의존하고 나라는 백성에 의존하는 것이니 백성이란 나라의 근본이고 임금의 하늘인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임금을 대통령으로 바꾸어 놓기만 하면 현대 민주국가에 인용돼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재상중심의 권력구조를 주장하였다. 임금은 세습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명군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훌륭한 재상을 선택해 재상중심제로 정치를 제창하였다.
세 번째는 언관(言官)의 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대간(臺諫:언관)은 임금의 귀와 눈이 되어 백관의 비행을 규찰 탄핵하고 임금의 곁에서 임금의 잘못을 간하며 바로잡는 직분으로 직언(直言)할 수 있는 언로가 활짝 열리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근대 민주국가에서도 본 받을 만한 일이다.
정도전이 찬진한 조선경국전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서구의 르네상스(문예부흥)시대 이탈리아의 마키아밸리(1469~1527)는 당시의 뛰어난 정치사상가로 지칭된다. 정도전이나 마카이벨리는 다같이 현실주의적 정치사상가이었다. 정도전의 군주론은 민본사상을 전개시켰고 마키아벨리는 군주를 위한 비윤리적인 정치사상을 전개하였다. 정도전은 14세기 사람이요, 마키아벨리는 16세기 사람이다.
요사이 우리 것을 우습게 여기고 서양 것을 찬양하는 사람과 또한 서구인에게 14세기에 서양 하니 15세기, 16세기의 서양인 조차도 정도전에 비길만큼 스케일이 큰 정치사상가가 있었는지 누가 가르쳐 주었으면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