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진의 연재 수필] 아빠 어렸을 적에(31)복숭아 고르기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05년 07월 01일
 김순진 시인/소설가/수필가 011-9123-4422 우리들은 마치 걸신이 들린 사람처럼 마구 먹어댔습니다. 이럴 때 ‘웬 떡이냐’라고 하던가요?
양손에 한 개씩 들고 번갈아 가며 먹는 아이, 베어 물다 복숭아 조각이 옆으로 튀며 먹는 아이, 칼로 사과를 깍듯 빙글 빙글 돌려가며 먹는 아이도 있습니다.
‘체면이 밥 먹여 주냐’라는 말이 있듯이 행동은 아귀같이 먹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스무 개 쯤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우리들은 겨우 대여섯 개를 먹어 치우고 “아이고 배불러”를 외치며 복숭아 더미에 기대고 누었습니다. 잠시 후, 아저씨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실컷들 먹었어?”
우리들은 한껏 생기된 목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하였습니다.
“네!”
“그래 좋다! 그러면 지금부터 작업에 들어간다.”
아저씨는 싸리나무로 엮은 삼태기와 광주리, 대나무로 만든 큰 대리키, 빨간 고무다라, 나무로 깎은 함지박 등 집에 있는 담을 그릇을 모두 동원하여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벌레 먹은 복숭아, 상처 난 복숭아, 곯은 복숭아를 보이며 이런 것을 골라 내 삼태기에 담고, 좋은 것은 각자에게 준 광주리며 대리키에 담으라고 시키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배가 부르고 익숙하지 않기에 정말 하기 싫었습니다. 게다가 복숭아털이 날려 몸은 몹시도 따갑고 가려웠기에 마치 옴이라도 옮은 사람처럼 온몸을 마구 긁어 댔습니다. 견디기가 어려운 우리들은 또다시 사정하였습니다.
“아저씨, 집에 좀 보내 주세요? 네? 가려워 죽겠단 말이에요.”
아저씨가 물으셨습니다.
“너 누구 아들이야? 니 애비 이름이 뭐야.”
“김 기짜 면짜요!”
“오라, 너 기면이 아들이로구나! 너, 니 아범한테 이르면 직살나게 매 맞을 거다. 네 애비랑 나랑 갑장이야 이눔아! 니덜 또 한 번만 복숭아 따먹다 걸리면 그땐 애비한테도 이르고 학교 찾아가서 교장 선생님한테 이를 줄 알아!”
“네….”
우리들은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좋아. 가도 좋다!”
아저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좋아하였지요.
“자, 이건 아저씨가 주는 거니까 가지고 가서 식구들하구 나누어 먹어!”
아저씨는 좀 상한 것과 벌래 먹은 것을 칼로 발려 먹으라시며 몇 개씩 나누어 주셨습니다. 우리들은 가져온 물건들을 챙겨 어둠을 뚫고 동네로 돌아왔습니다.
막걸리 지점 겸 가겟집에서는 불빛이 흘러 나왔습니다.
동네로 돌아온 우리들은 그래도 할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구멍가게에서 흘러나오는 30촉 짜리 백열등의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서 낮에 잡은 물고기를 나누었습니다.
“짱, 껨, 뽀! 짱, 껨, 뽀!”
우리들은 가위, 바위, 보를 하며 물고기를 크거나 자기가 갖고 싶은 물고기를 고르는 순서로 공정하게 물고기를 나누었습니다.
집에 가져가야 상해서 먹지도 못하고 닭이나 줄 물고기를….
(계속) |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  입력 : 2005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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