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명수 교수 대진대학교 영문학과
문화는 후기산업사회의 경제체제의 핵심요소이다. 문화적 요소들이 상품의 생산에서 교환과 소비까지 활용영역을 활발하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는 이미 산업화 된지 오래 이고, 이제는 한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과 풍습뿐만 아니라 지역의 인물과 풍경도 상품으로 전이되는 실정이다. 이들이 상품의 이미지나 스타일 등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상품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산업자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문화의 산업전략화는 한 순간에 소멸하는 표피성을 지니는 반면, 지역의 문화적 요소는 그곳의 정서적 뿌리인 정체성과 연관되어 복합적인 이미지를 발산하므로 영속성을 갖는 산업전략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지금은 문화산업의 의미에 대한 철저한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는 다차원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문화는 묘하게도 집단의 묶음을 만들어 내는 결속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일종의 문화 토테미즘 현상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원시사회들이 자연을 이용해 집단 간의 차이를 표현해 내는 것에 각별히 주목하면서 그 속에서 문화 토테미즘의 원리를 유추해 내었다. 어떤 부족이 호랑이를, 어떤 부족이 독수리를, 그리고 어떤 부족이 느티나무를 자신들의 우상의 상징물로 삼고 있는 주된 이유에는 토템을 통해 집단을 이탈하게 하지 않고 단합시켜 하나로 묶어 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부족민들이 토템의 차이에서 저마다 차별성과 동질성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부족민들이 자신들이 신봉하는 토템을 통해서 한 집단에 묶여 있는 소속감을 깨닫게 되면서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강한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집단의 차별화 전략에 내포된 심리 속에는 유대의식 못지않게 집단으로부터의 소외나 방출에 대한 불안감이 내포되어 있기에 부족민들은 토템을 통해 강하게 결속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토템화 현상은 의식의 획일화이자 집단 이데올로기화이지만, 이는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지배적인 관념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근원적 속성과의 연관성 여하에 따라 신화로 발전될 수 있다.
이런 관계는 소쉬르의 기호학을 통해 분석이 가능하다. 소쉬르는 기표와 기의 관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가령 교통신호등의 경우 기표(signifier)인 빨간색과 기의(signified)인 정지 간의 관계는 자의적이다. 빨간색이 반드시 ‘정지’를, 파란색이 ‘출발’을 의미할 근거가 없다. 빨간색을 ‘출발’, 반대로 파란색을 ‘정지’라고 처음에 정했더라면 이 약속기호는 그렇게 통용되었을 것이다. 일종의 교통법규로서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서 기표는 기의와 연결된다. 소와 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소와 개의 이미지는 처음에 ‘네 다리 달린 일하는 짐승’과 ‘집을 지키는 짐승’을 의미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 기표와 기의간의 관계는 순전히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 자의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표로서의 소는 다른 기표로서의 말 혹은 호랑이와의 ‘차별성’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 소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의미란 기표와 기의의 ‘일치’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호와의 ‘차이’ 때문에 발생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소쉬르의 기호학은 문화산업전략에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대중문화 속에서 접하는 대중스타의 이미지는 다른 대중스타와의 차이에 의해서 만들어진 자의적인 기호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대중스타의 이미지의 차이가 상품 속으로 전달되어 상품의 차별화를 가져오고, 이는 곧바로 상품의 구매로 이어지게 된다. 가령 배용준과 박중훈의 이미지의 차이가 하이트 맥주와 라거 맥주의 차별화로 이어져 보이지 않게 하이트파와 라거파와 같은 집단의식을 묘하게 형성하게 하여 맥주의 소비를 전략화 한 예를 우리는 과거에 경험한 바 있다. 지금 우리는 매스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의 차별화 전략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소비의 광장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문화 토테미즘도 마찬가지이다. 한 지역의 고유한 문화는 다른 지역의 문화와의 차이를 통해 지역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포천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과 풍습뿐만 아니라 인물과 풍경이 다른 지역의 그것들과의 차이를 통해 지역의 특수성을 부각시키게 되면 이들은 얼마든지 보편화된 사회적 의미를 형성하여 포천의 지배적 이미지를 함축하는 문화 토테미즘을 창조할 수 있다. 이는 오로지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될 수 있는 고유한 문화를 통해 가능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역사 속에 묻혀 주변화 되고 배제되어 온 신소설의 창시자이자 선각자로서의 동농 이해조의 새로운 조명은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이 경우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앞으로 제2, 제3의 이해조 조명과 같은 문화적 자산에 대한 탐색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포천은 문화를 자본화 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고, 동시에 지역의 정체성도 일깨우는 일석이조의 실리를 찾게 될 것이다. 이는 포천에 자리 잡고 있는 문화적 혼돈성을 정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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