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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의 연재 수필]아빠 어렸을 적에(30)

포로가 되어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6월 23일

순간 아디에선가 새까맣고 두 눈가에 노란 점이 박힌 커다란 사냥개 한 마리가 내가 올라 서 있는 복숭아나무 밑에 달려와 으르렁거리며 덤벼들며 물려고 마구 뛰어 올랐습니다.

“엄마야….”

나는 나무 위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혼비백산하여 나무를 내려오다 넘어지고 야단법석입니다.

“누구야, 이놈들!”

주인으로 보이는 큰 키에 구레나룻을 기르고 군복을 까맣게 물들여 입은 아저씨가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나타났습니다.

“오! 요놈들 봐라!”

아저씨는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가소롭다는 듯 조소하며 말하였습니다.

우리들은 허겁지겁 도망을 가려 했지만 아무도 높은 철조망을 넘을 수는 없었습니다.

모두 손을 머리에 올리고 전쟁포로처럼 한 줄로 서서 그 사나운 사냥개가 컹컹 짖는 소리에 오금을 절며 아저씨를 따라갔습니다.

과수원 한 가운데 있는 주인의 집으로 죄인처럼 호송되었습니다.

아저씨는 우리들을 마당에 무릎을 꿇려 앉히고 심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너!”

마치 무장공비를 잡은 국군 소위처럼 어색하지만 기세 좋게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습니다.
가슴이 섬뜩하여

“예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하였습니다.

“안되겠다. 이놈들, 기압을 좀 더 받아야겠어!”

아저씨는 또다시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호통을 쳤습니다.

“아저씨,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네?”

넉살좋은 제환이가 애원하듯 졸랐습니다.

“너희 이놈들 모두 일어서!”

또다시 호통을 쳤습니다. 손에는 굵직한 몽둥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너희들 모두 이리 와봐.”

아저씨는 창호지가 다 떨어져 나가고 빈 창살만 남아 휑하니 구멍이 숭숭 뚫린 방문의 열쇠를 열었습니다.

“모두들 이리로 들어와!”

전보다 좀 낮은 톤의 목소리로 소리치며 먼저 방으로 들어간 아저씨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이제 죽었구나!”

순순히 방으로 따라 들어가니 방 안은 복숭아 향기로 가득하였습니다.

그는 더듬더듬 공중에 손을 휘젓더니 30짜리 백열등을 켰습니다. 순간 우리들은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와!”

방 안에는 미리 따다 놓은 복숭아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너희들 복숭아 먹고 싶지?”

“네.”

주인아저씨의 말에 우리들은 생기가 돌아 마치 소풍가는 날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듯 우렁차게 대답하였습니다.

“너희들 실컷 먹어. 어디 먹고 싶은 대로 먹어봐! 대신 복숭아 실컷 먹고 나서 이 복숭아에서 벌래먹은 복숭아와 곯거나 썩은 복숭아를 모두 다 고르고 집에 가는 거야?”

아저씨는 속웃음을 입가에 비치며 나가더니 밖에서 다시 자물쇠를 잠그십니다.

“너희들 도망 가지마! 도망 갈까봐 잠그는 거야.”

아저씨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갔습니다.

(계속)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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