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우 영 대진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연출가
‘연극을 왜 하는가?’
전국연극제 경기도예선, 전국연극제 인천예선, 서울 청소년 연극제, 포천 어린이 연극경연대회 등 일련의 연극경연대회를 심사하며 자주 떠올렸던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근래의 연극경연대회가 연극 본연의 기능을 잃고 마치 정치판처럼 돌아가고 있다는데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일반인 연극뿐만 아니라 청소년 연극과 심지어 어린이 연극까지 교육적인 면에서 그 순수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노파심도 든다.
예로부터 연극은 성스러운 제의식으로부터 비롯되었고 연극을 매개로 인간사회의 발전과 화합도 이루어왔다. 특히 영상매체가 주도하는 현대사회에서도 교육연극(T.I.E/ D.I.E)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우리의 진솔한 이야기를 서로 가깝게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실연(Live)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예술적인 기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피곤한 일상에 찌든 성인들에게는 일상탈출과 스트레스 제거 수단으로, 각종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치료 수단으로, 또한 청소년 및 어린이들에게는 인간 및 사회를 보는 눈을 키워주며 명확한 자기표현과 원활한 대인관계를 위한 도구로, 연극은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회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러한 사회적 기능과 더불어 병폐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
경연대회가 끝나면 예외 없이 항상 잡음이 들려온다. 물론 수상권에서 제외된 단체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일부 성인연극 단체들은 이미 그 도를 넘은지 오래됐고 심지어는 청소년 연극과 어린이 연극 경연대회까지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에 노골적으로 지나친 불만을 표시하는 어이없는 현 상황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일반인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깨끗한 승복을 배워야할 청소년 및 아이들에게 이런 일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어떤 대회든 심사규정이 있다. 심사위원들은 경연대회에 참가한 단체들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큼 20-30여년이 넘게 연극만을 해온 전문가들이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심사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를 하는 심사위원들은 누구나 다 뼈를 깎는 아픔을 경험한다. 수상하지 못한 단체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판단의 어려움에 있지 않다. 결과에 대해서 자신들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 못하는 무지함에 있다. 예를 들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몸짓과 언어로 만든 순수창작 작품과 거의 모든 동작과 대사를 영화에서 그대로 베껴 만든 작품 중 어느 쪽에 많은 점수를 줄 것인가는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비를 좀 더 들이고 남의 작품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하더라도 가산점을 줄 수는 없는 문제이다. 더욱이 그것이 본선대회를 염두에 둔 작품이라면 당연히 순수창작에 점수를 후하게 줄 수밖에 없다.
본선대회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그 참고자료가 연극이든 영화든 기록되어진 비디오를 보고 자신들의 언어와 몸짓인양 그대로 복사해 놓고 경연대회에서 좋은 평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단체는 교육연극의 측면으로 볼 때 연극 만들기가 목표가 아니라 철저하게 작품의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연극을 이용해야 할 것이며 경연대회에는 말 그대로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연극을 하며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며 우리의 오래된 치부이기도 하다. 평균 연봉 OOO만원이라는 최근의 뉴스 발표가 사실이라면 극빈자로 분류되는 전문연극인들에겐 어떤 직업의식이 있을까. 만일 경제적인 것을 염두에 둔다면 월급을 받는 안정된 다른 직업을 택하면 될 것이고 대중적인 인기를 바란다면 영화나 TV에 전념하면 될 것이다. 대중적인 인기도 없고 경제적인 실속도 없는 연극을 한다는 것은 결국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만이 누리는 특권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문연극인들의 경우 예술의 사회적인 기능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기만족으로 작업을 한다. 좋아서 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다. 따라서 부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비 전문연극인들의 경우는 대부분 교육연극 즉, 연극의 사회적인 기능을 염두에 두며 작업을 할 것이다. 앞서 거론했던 교육연극의 사회적 기능은 참여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사고 능력, 과제 해결 능력을 길러 주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에서는 문맹퇴치를 위해 거창하게 연극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경기도에 속해 있는 많은 비전문연극인들은 과연 어떤 기능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고 있는가. 만일 자신이 속한 단체의 대내외적인 과시를 위해 연극을 한다면 스포츠 팀으로 전환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승패를 중시하는 전투적인 노력은 운동경기가 더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고 연출의 시각적이며 청각적인 무대가 자신들 뿐만 아니라 일반관객들과 청소년 및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존 오스본의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Look Back in Anger)>라는 일개 연극작품이 1950년대 영국사회에 끼친 엄청난 영향에 대하여 여기서 자세하게 거론할 수는 없지만 연극이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무서운 힘을 느낄 수 있는 한 예이다. 이러한 예는 무수히 많은데 연극이 연희자와 관객 모두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 어느 매체보다도 순수성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물론 연극을 하는 경기도의 대부분 많은 단체들은 순수하게 연극 본연의 기능을 잃지 않고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학교의 연극반도 역시 교육적으로 아이들의 정신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행사가 끝나고 들려오는 무수한 뒷이야기와 때로는 지나친 항의와 갈등이 극히 일부분이며 예외 없이 경기도에도 있다는 것이 특이한 사항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기도 연극의 발전을 위해서 또한 경기도 청소년 및 어린이들의 교육연극의 활성화를 위해서 행사집행부와 참여단체 모두가 반성을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자. 새삼 성프란체스코의 기도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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