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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의 연재 수필 아빠 어렸을 적에(28)-동기개울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5월 31일

제비울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을 건너 주라이산 모퉁이를 돌아서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큰 개울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와, 동기개울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개울을 향해 뛰어들었습니다.

그곳에는 재혁이, 서울로 이사 갔던 제권이, 응채와 연채 형제 낭유리에서 놀러온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견지낚시를 하는 사람, 어항을 놓는 사람, 반두를 풀 섶에 대고 발로 물 숲을 뒤지고 있는 사람, 모래밭에서 흙장난하는 아이들, 벌써 고기를 잡아 배알을 따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견지낚시는 물살이 센 빨리 흐르는 물에서 낚시 바늘에 파리처럼 생긴 가짜 미끼가 달린 낚시 바늘의 낚시 줄을 물위에 떠내려보내 흔들면서 잡는 낚시랍니다.

유리 어항은 보통 물살이 흐르는 곳에서는 돌로 담을 쌓아 물살의 흐름을 약하게 할 뿐 아니라 어항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물살이 없는 고요한 물에서는 주로 버드나무가지가 늘어진 곳이나 풀섶 언저리, 그리고 웅덩이가 움푹 패인 곳에 놓는데 미끼로 된장을 넣으면 버들치나 쭉지, 떡 붕어가 잘 든답니다. 건빵을 씹어서 넣거나 깻묵을 넣으면 불거지며 마자, 피라미가 많이 잡히기도 합니다.

벼락바위는 옛날 어느 조상께서 조정의 공직에서 물러나 근심을 물리치던 곳이라는 뜻의 퇴우대(退물러날퇴,憂근심우,臺대대)라는 이름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벼락이 떨어졌던 바위라고 하여 벼락바위라고 불렀습니다. 물가에 우뚝 선 바위로 높이가 5m쯤 되는 큰 바위입니다.

바위 꼭대기에서 다이빙을 하는 아이도 있고, 바위의 중간쯤에 올라 뛰어내리거나 배치기를 하며 다이빙을 하는 아이도 보입니다.

바위의 밑 수심은 사람의 키로 서너 길은 족히 되나 봅니다.

바위의 밑에는 다리에 털이 난 참게도 살고 있었고, 쏘가리, 메기, 뱀장어가 살고 있는 물고기들의 천혜의 요새로 가끔 물안경을 쓴 사람들이 작살을 들고 들어가 잉어며 가물치, 손바닥 크기의 붕어를 찍어 올리기도 하였지요. 개울의 양쪽 끝의 넓이는 20m는 족히 되어 보입니다.

서울에서 온 제권이는 큰 고무보트를 가지고 놉니다.

“저런 보트 하나 있으면 개울에서 잠자고 살겠네.” 나는 부러워하며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보트는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매달려도 갈아 앉지 않을 만치 큰 것이었기에 제권이는 가장 인기가 있었습니다. 제권이는 나와 같은 학년으로 작년에 서울로 전학을 갔는데, 서울에서는 시골서 전학을 오게 되면 한 학년을 꿇어서 다닌다고 합니다. 서울과 시골에 실력 차가 나서 그렇다고 합니다.

늘 집 앞의 조그만 개울을 막고 개구리헤엄을 쳐 보았을 뿐, 벼락바위처럼 넓은 곳에서 수영한 적이 없었기에 나는 물이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다 건너는 그 곳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아이들은 쉽다며 건널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헤엄을 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개구리처럼 뒷다리를 모았다 펴는 개구리헤엄, 목만 뒤로하고 누어서 하는 목헤엄, 개처럼 네 발을 마구 휘젓는 개헤엄, 그리고 계집애들처럼 두발로 물장구를 치며 손을 앞으로 휘젓고 나가는 계집애헤엄, 옆으로 한 팔을 죽죽 뻗으며 다른 한 손과 양발을 분주히 움직여 나아가는 옆 헤엄, 그리고 양손을 번갈아 저으며 나아가는 물갈퀴헤엄…

용기를 내어 비료포대를 어깨 위로부터 내리쳐 바람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물 속에 넣은 다음 발버둥을 치며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바둥바둥 안간힘을 쓰며 중간쯤을 건널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물 속에서 잠수해 오면서 나의 생명줄인 비료포대를 빼앗아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의 발 한쪽을 잡아 당겨 물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물을 많이 먹은 나는 거의 실신하였습니다.

“인공 호흡해! 가슴을 눌러야 돼!” 아이들은 내가 죽는다며 소리를 질러대었습니다. 아이들의 비명 소리는 내 귀에 또렷이 들렸으니 죽을 정도는 아니었나 봅니다.

물을 많이 먹어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으므로 울고 싶어도 울음이 터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거꾸로 엎어 등을 두드리자 내 입에서는 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 시간쯤 누워 있으려니 정신이 돌아왔으나 더 이상 수영을 배울 기분도 물고기를 잡을 맛도 나지 않았습니다.

물끄러미 아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처음 보는 시야에 내 몸의 일부분에서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정말 내게 처음 일어나는 일이었지요.  (계속)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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