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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신소설 ‘牧丹屛’ 읽기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5월 31일




이 글은 이해조문학회 5월 정기모임에서 발표된 신소설‘모란병’작품에 관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으로 신소설 이해에 폭을 넓히기 위해 이해조문학회의 요청에 의해 편집한다. (편집자주)


신소설 모란병은 1911년4월5일 박문서관에서 발행하여 당시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짧은 기간에 4판을 거듭해서 발행한 베스트셀러다. 작품명 ‘모란병(牧丹屛)’은 모란꽃을 그린 병풍으로 경사스러운 때에 주로 쳤으며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의 집에 소장하고 있던 모란병이 객지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 그곳으로 팔려와 주인공과 만나고 결국 주인공 결혼식때 병풍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작품명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모란병은 금선이라는 여성이 우여곡절 끝에 황수복과 결혼하여 미국에서 신학문을 배워온다는 내용이다. 선혜청의 창고지기 현고직은 정부의 제도개혁으로 선혜청이 혁파되고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어려워진다. 현고직은 변선달의 말을 믿고 외동딸 금선을 시집보내려고 하지만, 변선달은 금선을 술집에 팔아넘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금선은 몇 차례 자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순검(巡檢) 송씨에 의해 황수복의 어머니 장씨에게 맡겨진다. 금선은 장씨 부인의 도움으로 여학교에 다녀 신학문을 배우고 수복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유학 가서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하게 한다.

봉건사회에 대한 고발과 여권(女權)존중, 신학문의 성취 등 개화에 대한 의지가 잘 표현된 작품으로 1910년 국권피탈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작가의 창조력이 되살아났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란병은 갑오경장(1894년)으로 인하여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봉건 체제가 붕괴되자 양반 계급에 기생하던 중인 계층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인 계층의 몰락 속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가치관의 변화와 그로 인하여 희생되는 여성, 금선이 그것을 극복하여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내용이다.

모란병은 작품의 구조상 네 번의 위기를 맞게 되고 그것을 자신의 의지와 남의 조력을 통하여 극복한다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스토리의 전개가 평이하고 주인공인 금선이 그 과정을 통하여 성격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소설에서 중인 계층의 몰락 과정을 통하여 드러내려고 했던 가족사의 비극적 운명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결말로 마무리됨으로써 주제 의식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한 원인을 전대의 서사양식을 극복하지 못하였다는 한계성, 즉 세계관의 한계성에도 기인한다.

이해조의 소설관은 전시대의 소설에 대한 인식에서 크게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성과 흥미성, 그리고 계몽성의 문제가 분리되어 나타나는 경우에 대하여는 간과하고 있다. 즉 이해조의 소설에서 보여지는 것은 계몽성의 지나친 강조가 긍정적 인물과 부정적 인물간의 대결이 심화되어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역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작가의 선험적인 판단이 우연과 피동 그리고 지나친 이상주의로 나타난다. 계몽성이라는 것은 그 시대를 실감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현실 사회에 눈을 돌리게 하고 그 모순을 깊게 생각하게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사실성이 지나치게 작가의 주관에 의해 재단되어 사회의 세부와 시대적 모습이 왜곡되어 나타나면 오히려 독자들은 인물들이 행동하고 있는 사회에 대한 관심이 감소 될 수 있다. 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작품 속에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작가의 의식이 작품 속에 반영하는 문제에 대하여 인식하기에는 아직도 전대소설의 영향권안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대부분의 신소설 작가들의 문학관이 문학을 계몽주의의 실현 도구로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이라는 그릇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이해조의 소설을 시기별로 보변 1910년 국권피탈이전의 소설에서 보이고 있던 진보적인 사상들이 1910년 이후에는 별반 나타나지 않고 흥미성 위주의 소설로 일관되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이러한 원인에는 일제의 탄압이라는 문제와 더불어 절망적인 분위기에 의해 독자들이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하여 탐닉하거나 상당수 신소설이 지니고 있던 통속적인 현실 조작에 빠져 들었다. 소설은 이 시기 독자들에게 현실을 탐구하고 인생을 묘파하는 예술적 인식 장치가 아닌 시대의 피로함을 잊기 위한 위안의 형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조의 모란병은 일본이 아닌 제3국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유학을 통해 지도자의 수업을 받고 돌아와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기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도 마지막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란병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정리하며 보면, 모란병의 여주인공 금선은 아버지의 무지와 무능력으로 인하여 기생으로 팔려가지만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극복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기존의 도덕관에 얽매어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신의 운명 개척을 타인의 힘에 의존하는 소극적이고 평범한 인물로 언제나 자신의 운명에 대하여 전통적인 도덕관을 내세우고 있고 남자 주인공 황수복은 무슨일이든 진상을 밝히고야마는 성격의 소유자로 우연히 금선의 처지를 알고 금선이가 팔려간 인천까지 금선을 찾아갔다가 실패하자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이처럼 두 주인공이 사건의 발전 속에서 성격의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이해조가 그리고 있는 긍정적 인물들은 사실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기보다는 작가의 이상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이상적 인간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대표적 인물 현고직은 그 당시 몰락하는 중인 계층들의 실정과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의식구조를 읽을 수 있고, 악한형 인물인 변선달은 무식하지만 거짓말을 잘하고 잡기에 능하며 인신매매를 업으로 하는 인물이고, 황수득은 남자 주인공 황수복의 사촌형으로 자신을 키워준 백모를 속여 가산을 차지하기 위해 유학간 수복이 객사하였다고 거짓 소문을 만들어 수복을 찾는다는 구실로 재산을 가로채는 인물이며, 변선달을 비롯한 최별감, 노창문, 황수득, 인천 감리 등은 당시의 무너져 가는 유교적 가치관에 대치되는 타락한 인간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 보여주는 인물의 사실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 부정적 인물군들이 그 당시 사회를 더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즉 전형적 환경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전형성은 긍정적 인물군이 아닌 부정적 인물군에서 구현되고 있다.

모란병은 소설의 요소 중 사실성보다는 흥미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독자들은 추상적인 세계로 구현된 작가의 이상적 세계보다는 구체화된 고난의 주인공의 운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 이후 이해조의 소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신소설들이 통속화 과정을 겪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계몽성보다는 계몽성으로 위장된 흥미성이 소설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모란병은 흥미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신소설의 대표적 작품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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