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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의 연재 수필 아빠 어렸을 적에(27)]군인아저씨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5월 21일

그곳에는 명환이도 함께 있었습니다.
“야, 우리 더워 죽겠는데 여기서 목욕하고 가자.”
제환이가 말하였습니다.
“안 돼!”
해창이가 손짓을 하며 말렸습니다.
“여기서 수영하면 뱀이 따라와 불알 따먹어? 전에 제일이하고 나랑, 상채랑 명환이랑 넷이서 수영을 하고 있는데 물 가운데서 유혈메기 뱀이 나타나서 따라와 상채랑 나랑 도망 나오느라 죽을 뻔 했어. 그런데 명환이 이 새끼 정말 쬐끄만게 겁두 하나두 없드라. 굴속으로 들어가는 뱀을 꼬리를 자부땡겨 빙빙 돌리더니 돌에 탤쳐서 죽였어.”
해창이가 입에 침을 튀겨 가며 흥분해서 말했습니다.
“야, 유혈메기가 뭐가 무섭냐? 유혈메기는 꽃뱀이라 독도 별루 없어. 살모사나 능구렁이가 무섭지. 살모사나 능구렁이한테 물리면 손가락 잘라야 돼. 성원이형 있지? 그 형 살모사 잡다가 물려서 둘째손가락 한 개 잘랐잖아!”
명환이가 마치 무장 공비를 토벌한 국군이나 되는 것처럼 용감함을 과시하며 말했어요. 다 명환이는 우리들에게 “뱀 귀신”으로 불립니다.
우리들은 계속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야, 동기 개울 옆에 복숭아 과수원 있지? 거기 복숭아 되게 맛있다. 천원에 사십 개나 준대.”
제환이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습니다.
“야, 우리두 작년에 천원어치 사다가 먹었는데 되게 맛있더라. 엄마가 우리 사남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셨는데 나는 장롱 솜이불 밑에 몰래 감추어 놓고 먹으려다 까먹어서 엄마가 꺼내보니 다 썩었더라. 그래서 엄마한데 솜이불 망쳤다고 직사하게 혼났다 야!”
내가 맞장구쳤어요.
“야, 거봐? 너는 늘 욕심이 많아서 탈이야!”
일채가 말했습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남아 집을 보오다가….”
우리들은 ‘섬집아기’ 노래를 부르며 논두렁길을 따라 일열 종대로 걸어갔습니다.
수송부대 옆을 지날 때입니다.
군인 아저씨가 보초를 서면서 심심하여 우리에게 늘 통과시켜 주었음에도 또다시 못 간다며 시비하였습니다.
사실, 우리가 가는 길은 군부대 밖이어서 군인 아저씨의 통제를 받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총을 가지고 있는지라 우리들은 가끔 군인 아저씨들의 노리개가 되어야 했지요.
“너희들 누나 있어?”
우리들은 늘 군부대 옆에 살아서 군인들의 상투적인 물음의 대처 방법을 잘고 있었습니다.
“네, 우리 누나 정말 이뻐요! 서울에서 가방공장 다니는데요, 머리두 길구요, 화장품 냄새도 얼마나 좋은데요.”
제환이가 뻐기듯 어깨를 들썩거리며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들 중 누나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야, 잔소리 말구 빨리 가자!”
나는 군인 아저씨를 무시하며 말했습니다.
“아저씨, 오다가 고기 많이 잡으면 드릴게요. 그때까지 들어가지 마시고 보초 잘 서요!”
“하하하…”
우리들은 조소하며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야! 시간 없어? 도망가자!”
줄행랑을 놓아 한참 뛰어 내려갔습니다.  (계속)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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