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놀이에 열중하고 나면 땀이 비 오듯 하였고 우리들은 더위를 시킬 요량으로 물에 뛰어듭니다. 그래서 수영장이 필요한 것입니다.
초봄부터 부역에 나오지 않은 아이들은 멱을 감고 물장구를 치고 싶어도 수영장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부역에 잘 나온 아이들에게는 특권을 주어 실컷 물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유월이 지나면 장마에 봄내 공들여 만든 수영장은 모두 떠내려가 버리고 관심 또한 시들해 집니다. 워낙 날씨가 더워지고 배꼽만 차는 물로는 수영하고 싶은 욕구를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우리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동기 개울로 향합니다.
동기개울은 동네를 관통하고 내려가는 개울을 따라 서쪽으로 약 2Km되는 지점에 있었는데 한탄강의 상류인 영평천으로 장마가 지면 개울의 폭이 50m는 족히 되는 큰 개울이랍니다. 동기 개울이란 이름은 동구 밖에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네요. “일채야, 제환아! 수영하러 가자.” 나는 뛰어오며 금방이라도 물에 뛰어들 것 같은 모습으로 말했습니다.
“그래, 너 벼락 바위 있는데 수영으로 건너갈 수 있니?” 일채가 되물었어요. “나는 헤엄을 못 쳐서 가고 싶지 않은데….”
제환이가 벌레 먹은 콩을 씹은 씁쓰레한 표정으로 말꼬리를 내리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야! 비료 포대를 한 개 가져가면 괜찮단 말이야. 비료포대를 바람을 넣어 거꾸로 물에 넣고 매달려 발만 움직이면 수영할 수 있고 너도 충분히 벼락바위 쯤은 건너갈 수 있어.” 같이 갈 일행이 적어 애써 설명하였습니다. “야, 그럼 해창네 집에 들러서 반두 한 개 빌려가자.”
일채가 금방이라도 붕어를 잡아 올릴 표정으로 제안 하였습니다.
“그래, 가서 고기도 좀 잡고 헤엄도 배우고 놀다오자.”
그때서야 고기 잡는데 선수급인 제환이가 맞장구쳤습니다. “응, 그런데 일채야. 니네 집에 종댕이 있니? 우리 집에는 큰 대리키는 몇 개 있는데 작은 종댕이는 없어!” 물고기를 잡으면 담을 그릇이 없는지라 물었습니다.
“참, 그리고 우리 집에 큰 체가 하나 있는데 엄마 몰래 가져갈게. 혹시 해창이네 반두가 없을지 모르잖아? 울 엄마가 엇그제 체 장수가 왔을 때 콩 두 됫박 주고 산거야.”
엄마에게 야단맞을 각오로 비장한 듯 내가 말하였습니다. “그래, 풀섶을 발로 밟아 미꾸라지 잡는 데는 지장 없을 거야!”
제환이가 거들었어요. 여름 방학이지만 시골 아이들에게는 가지고 놀만한 특별한 노리개가 없으므로 아침밥을 먹고 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멱 감으러 가는 것이 방학중의 일과지요.
우리들은 복합 비료, 유안 비료, 요소 비료라 쓰인 비료 포대를 각자 하나씩 사 등분으로 접어 바지춤에 꽂고, 종뎅이와 큰 체 한 개를 들고 준비한지 한 시간이 지난 열시가 넘어서야 창채의 동생인 일채를 합류시켜 넷이서 의견의 일치를 보고 멱 감으러 만반의 준비를 가춘 채 동구 밖에 있는 일명 동기 개울의 벼락 바위를 행하여 출발하였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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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5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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