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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論]강상(綱常)을 바로잡아

예의동방(禮儀東邦)의 명예를 되찾자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5월 03일

이 지구상에서 한 왕조가 오백년씩 면면히 이어져 내리온 예는   다른 나라의 역사에서는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다. 만일 그러한 예를 찾고자 한다면 우리 한반도의 역사에서 찾아야만 한다. 한반도에서는 조선조뿐만 아니라 한 왕조가 들어서면 오백년 천년씩 지속되는 예가 허다하다. 신라 1000년, 고려475년, 조선 518년, 2000년 동안 우리 한반도에서는 세 왕조만이 바뀌었다. 세 왕조도 우리 한민족  끼리의 역성혁명(易姓革命) 이었다. 같은 2000년간 한(漢) 민족이 사는 중국대륙에서는 17번의 왕조가 바뀌었다. 같은 한(漢)민족끼리의 왕조가 바뀐 것이 아니라 이민족(몽고족, 만주족)의 침략을 380년 이나 받았다.

20세기의 제일가는 역사학자라고 지칭되는 영국의 토인비(Toynbee, 1889~1975) 교수는 한국의 역사를 보고 동방의  “미스테리”라고 하였다. 그는 처음에는 조선 민족은 무능한 왕실에  불만을 느껴도 혁명을 일으켜 그것을 뒤엎을 만한 기상이 없는 무기력한 백성이었기 때문이였을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그는 조선경국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 14세기말 이 지구상에서 과연 어떤 나라 어떤 전제군주국이 이렇게 거룩한 이념과 철학을 가지고 등장한 예가 있는가?

조선경국전에서는 건국이념과 통치철학을 극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는 삼봉 정도전(1342~1398)이 찬진한 것이다.  조선경국전에서 군주론(君主論)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인군의 지위라는 것은 높기로 말하자면 한 없이 높은 것이요 귀하기로 말하자면 한 없이 귀한 것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는 넓기 이를 데 없고 만백성은 많기 그지없다. 단 한 번이라도 그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참으로 크게 걱정할 만한 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아래에 있는 뭇 백성은 지극히 약하게 보이지만 힘으로 겁줄 수 없는 것이요 지극히 어리석게 보이지만 지혜로써 속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그들은 복종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그들은 곧 이반 해버린다. 떠나고 붙는 것이 터럭만큼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즉 인군은 나라에 의존하고 나라는 백성에게 의존하는 것이니 백성이란 나라의 근본이고 인군의 하늘인 것이다 라고 하고 있다. 인군을 대통령으로 바꿔 놓기만 하면 현재 민주국가에 그대로 이용해도 아무런 손색이 없는 명제요 진리이다.

14세기말 조선왕조는 이러한 이념과 철학을 가지고 등장한 것이다. 토인비가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양의 유명한 정치학자라고 지칭하는 이탈리아의 마키아벨리(Machiavelli 1469~1527)는 군주론에서 정치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를 써야 한다. 권모술수를 쓰지 않는 군주가 있다면 반드시 몰락할 것이라고 주창하였다.

서양에서는 이 군주론을 명론이라고 하여 르네상스시대에 각광을 받았다. 우리 정도전이 주창한 군주론과, 마키아벨리가 주창한 군주론을 비교하여 보라. 토인비가 감탄을 금치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지구상에서 조선왕조 같은 경국전을 갖고 출범한 나라는 조선왕조 밖에 없었다. 그러하기에 사직이 500년을 유지하였던 것이다. 군주론 뿐이 아니다.

조선조 오백년의 “마스터플랜”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경국전을 살펴보면 경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조선경국전은 성리학의 근본인 인의예지신, 오상을 핵심으로 하여 건국이념과 통치철학으로 삼은 것이다. 이 이념과 철학이 실증적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의 문화유산에 아직도 남아 있다. 이태조가 오늘의 서울 한양을 도읍지로 하고 경복궁울 짓고 4대문을 낼때 속칭 동대문을 흥인지문, 서대문을 돈의문, 남대문을 숭례문, 북대문을 홍지문이라 하였다.

사방의 대문이 흥인, 돈의, 숭례, 홍지 라는 숭고한 의미가 담긴 이름을 갖고 있으며 종로 한쪽에 보신각을 세우고 여기에 종을 매달았다. 성리학의 핵심인 인의예지신 오상을 상징하고 있다. 또한 4대문 외의 작은문은 광화문, 혜화문, 돈화문, 홍화문, 선화문 등이 있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화(化)라는 글자를 품고 있는데 이는 교화민속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참으로 차원 높은 개국의 변이 아닐 수 없다. 한밤이 되어 4대문을 닫는 인정은 종을 28번 쳤다. 28이라는 숫자는 하늘의 별자리 28숙을 나타내는 것이고 새벽이 되어 4대문을 여는 파루는 33번을 쳤다. 33번은 어디서 나왔는가, 동양의 고대의 우주관을 반영하고 있다. 옛날 사람들은 동서남북 사방에 8계층의 하늘이 있고 그 가운데 이 모두를 지휘하는 견선성(見善城)이 있다고 보았다. 이 모두를 합치면 33이 된다. 33은 우주 전체를 상징하는 것이다. 기미년의 민족대표 33인이 된 것도 물론 우연이 아니다.

그러면 종이 33번 울릴때의 의미를 정리해보자. 신생국가인 조선은 무력이 아닌 인의예지신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할 것임을 33천, 곧 우주전체에 맹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치자의 의지가 종이 울릴 때마다 상징적으로 표현되었었다. 조선조가 오백년이나 사직이 유지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바로 이러한 도덕적 정당성과 윤리적 합리성 위에서 출발하였고 그 이념과 철학이 실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종직, 조광조, 이황, 조식, 이이, 김장생, 이언적, 김인후, 서경덕, 성혼, 이재, 허목, 송시열, 정약용 같은 대학자가 배출되었고 사육신, 생육신, 삼학사 같은 열사, 이순신 같은 위대한 인물, 한말에 이항로, 김평묵, 최익현, 유인석 같은 우국지사가 수 없이 배출되어 찬란한 문화와 선비정신을 꽃 피웠고 황희, 맹사성, 유관, 박순, 유성룡, 이항복, 이덕형, 정철, 이원익, 이준경, 이경여, 김상헌, 김육, 이정구, 이경석, 최명길, 이유, 남구만, 채제공 같은 명재상과 청백리가 무수히 배출되어 문화민족으로 빛나는 역사를 창조하였다.

이 문화민족 예의동방에 강상(綱常)이 무너지고 있으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가?

얼마전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 아태지역 사무소가 아시아 17개국의 9세~17세 청소년 1만명을 1대1 면접으로 어른을 존경하는가의  물음에 대하여 매우 존경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17개국 평균이 72%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3%이다. 가장 높게 나온 나라는 베트남으로 92%,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홍콩조차도 38%이었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무색하다. 신뢰도가 98.8%라 한다.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데서만 그치지 않는다. 권위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는 응답율에서도 평균 53%인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5%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홍콩 26%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부끄럽고 슬프고 충격적인 사실임에 틀림없다. 이는 우리사회 전체가 과거와 미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고 정신없이 성장만을 향해 달려온 결과가 기성세대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져 버린 것이 지금 우리 청소년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 경제포럼에서 104개국중 우리나라 정치 신뢰도가 85위,   노사 협력관계가 92위로 발표되었다.

바르지 못한 고위공직자들의 행동, 주민들의 대표로 뽑힌 그릇된 정치인들의 바르지 못한 행동, 권력을 따라 움직이는 해바라기 정치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가파 들의 행동,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14,000불에 이른 것은 오늘날 70대의 노인들이 공산침략을 막아 국권을 수호하고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젊은층이 노인들을 푸대접하는 행위, 인간의 기본질서인 오륜이 무너지고 사회윤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하고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간으로서의 지켜야 할 도덕성 가치기준은 정비례하여 높아지는 것이다. 국민소득 3만불을 이룬 선진국들이 인간으로서의 윤리기준을 가장 중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거대한 로마제국이 망한 것은 군대가 약해서 망한 것이 아니고   나라가 빈곤해서 망한 것이 아니고 도덕성이 무너지고 사회기강이  바로서지 못하고 부정부패로 인해 망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위에 있던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그 자식들 또한 감옥에 가고 부모를 버리는 자가 있는가 하면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있고 돈이 생긴다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가파 들의 행동, 이 같은 사회현상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조선조 500년 동안 우리 선비들은 예가 아니면 보지도 않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않고 예가 아니면 억만금을 준다하여도 행동하지 않았다. 군왕도 바르지 못하면 반정의 대상이 되었다. 정치하는 사람은  의(義)를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삼았다. 군왕도 제왕학을 닦기 위하여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학식과 덕망이 높은 학자로부터 경연을 통하여 강을 받았다.
정의가 바로서는 사회, 막가파 인생이 사라지는 사회를 만들어 사람으로서의 강상을 바로 세워 예의동방의 명예를 되찾아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5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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