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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이해조 ‘구마검’ 硏究

박정근 대진대학교 교수 (이해조문학회 회원)
포천신문 기자 / jun28258@gmail.com입력 : 2005년 04월 13일

이 글은 이해조문학회가 지난 3월31일 오후8시부터 영북면 산정리 산정캠프에서 실시한 3월 정기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을 박정근 회원(대진대학교 교수)이 다시 정리한 글이다. 이날 모임에는 이해조문학회 홍을표 회장을 비롯하여 7명의 회원과 박윤국 포천시장, 박경희 포천시의회 부의장, 이천묵 포천시의회 산업도시위원장 등이 참석해 포천출신 이해조 문학공부를 함께 했다. (편집자주)


소설가 이해조는 포천이 낳은 인물 중에서 문학사적으로 최고의 업적을 남겼다. 최근 최원식 교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신소설의 원조 이인직보다 더 높게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포천사회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는 매우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이해조의 ‘구마검’은 미신타파를 위한 계몽소설로 볼 수 있으며, 이 소설을 통해서 작가는 미신에 몰두함으로써 오는 가족 간의 불화, 경제적 손실을 강조한다. 이 작품의 간략한 내용은 유교가문의 장손은 함 진해가 두 부인을 상처한 후 세 번 째 부인 최씨를 맞이한 후 발생되는 사건이다.

무당굿에 심취한 최씨가 어렵게 얻은 아들 만득이가 천연두에 걸렸는데 의학에 의존하기 보다는 금방울이라는 무당에게 푸닥거리 하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결국 아들을 잃고 만다. 그 후 최씨는 새로운 자식을 얻기 위해서 무당굿을 하려고 하는데 이에 반대하는 유교집안의 장손인 남편 함진해 마저 끌어들여 부정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집안의 사촌인 함종인을 포함한 모든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다. 자신의 부친상마저 참석하지 않는 처사에 분격하여 찾아온 종인에게 오히려 의절을 선언하고 그가 붙여먹던 토지마저도 빼앗아 버린다. 무당 금방울은 하인 할멈과 최씨에게 둘러싸인 함진해로 하여금 많은 가산을 무당굿으로 탕진시킨 후 그것도 부족하여 임지관을 엮어서 조상의 묘소가 좋지 않아 집안에 어려운 일이 생긴다고 속여서 이장을 통한 사기극을 연출한다. 자기 집에 나무 땔감을 파는 시골 양반을 끌어드려서 함진해를 감쪽같이 속임으로써 희극적 사기꾼의 역할을 멋있게 해낸다. 결국 함진해가 가산을 탕진해버리자 함씨 종친회에서는 종손의 역할을 그에게 핍박을 받았던 사촌동생 함종인에게 맡기고, 종인의 아들 종표로 하여금 진해의 양자가 되도록 결정한다. 종표는 심성이 착하여 함진해와 최씨에게 효성을 다하여 양자로서 신임을 획득한다. 그 뿐만 아니라 공부에 몰두하여 판사가 되고 함진해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금방울과 임지관 일당에게 철퇴를 가함으로써 법의 정의를 구현함으로써 권선징악의 결말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이해조는 대표적 존재인 무당과 풍수지리의 허황성과 비도덕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특히 고대 소설의 전형적인 주제인 권선징악의 틀이 유지되고 있으나 신문물과 신사고의 새로운 세대에 의해서 구세대의 가치관의 모순들이 극복되고 있음을 주장한다. ‘구마검’에 나오는 인물들은 유교적 인물 함진해, 함종인, 샤마니즘 인물로 부인 최씨, 노파, 무당 금방울, 풍수지리적 인물 임지관 등을 통해서 당시의 사회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함진해는 양반출신으로 합리적 사고를 자처하다가 샤마니즘에 빠져있는 부인과 무당에 의해서 점점 이성을 잃어버린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해주는 유교적 가치관을 상실함으로써 가문에서 장손으로서 위치를 상실하고 경제적으로 폐망하게 된다. 그의 세 번째 부인인 최씨는 샤마니즘에 몰입함으로써 몰이성적 인물의 상징으로 나온다. 그녀는 매우 귀가 여리고 잘 믿고 잘 속는 어리석은 인물을 상징한다. 결국 합리적 사고가 결여되어있어 이로 인해 자식을 잃고 남편마저 몰락의 길로 인도한다. 특히 유교적 가문의 장손 부인으로서 역할이나 덕성을 부정하는 인물로 샤마니즘의 철저한 희생자로 나온다. 그녀의 수족 노릇을 하는 하인 노파는 샤마니즘을 이용해 물질적 욕구를 채우는 사악한 인물로 나오며 부인 최씨의 눈을 가리고, 샤마니즘의 세력인 무당과 풍수지리의 거간꾼으로 활동한다. 하인으로서의 분수나 충성의 덕성보다는 하층계급으로서 물질적 결핍을 모략과 거짓으로서 충족시키고자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사악한 인물로 등장하는 인물인 금방울은 샤마니즘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로 무당으로서의 초자연성이나 영성보다는 물질적 가치를 내세우는 기만적 인물로 사악한 세력으로 그려져 있다. 임지관 역시 풍수지리를 이용해서 물질적 욕구를 채우는 사기성이 농후한 인물로 매우 꾀가 영리하여 희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약아빠진 사기적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여기에 맞서 있는 인물이 함진해의 사촌동생 함종인이다. 그는 샤마니즘에 몰입하여 유교적 가치를 상실해 가는 함진해를 구원하려다가 오히려 모욕을 당하지만 끝까지 유교적 가치의 구현자로서 가문의 중심적 인물로 부각된다. 아들 종표를 함진해에게 아들로 주어서 가문의 대를 잇게 한다.

‘구마검’의 갈등구조는 우선 전통사상과 신사상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사상인 샤마니즘이나 풍수지리에 의해서 유교의 충효사상이 손상되어, 개인적 구복이나 부정탈피를 위해서 가문이나 사회에 있어서 의무를 저버리는 함진해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함종인의 아들인 종표에 의해서 샤마니즘의 세력이 심판을 받는 구조가 전체적인 갈등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 안에 또 다른 작은 갈등은 샤마니즘 대 유교의 대립이다. 금방울이 대표하는 샤마니즘과 임지관이 대표하는 풍수지리에 의해서 함진해가 대표하는 유교세력을 기만하고 짓밟는 갈등관계 설정으로 전자의 일방적인 승리를 보여준다. 즉 그 당시 유교세력이 사회적으로 점점 기반을 잃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플롯은 전반 플롯과 후반 플롯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 플롯은 금방울이 샤마니즘의 상징으로서 유교 세력의 상징인 함진해를 농락하여 가문과의 갈등을 조장하고 대표적으로 함종인을 핍박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또한 병에 걸린 아들에 대한 합리적 대처를 못함으로써 목숨을 잃게 하고 그로 인해 샤마니즘에 의해 아들을 얻고자 하는 굿판에 매달리게 한다. 후반 플롯은 금방울이 임지관과 공모하여 가정의 우환과 득남을 위해서 풍수지리를 끌어들여 조상의 묘를 이장하도록 유도하여 가산을 탕진하여 최서방의 땅을 매입하는데 있어 사기를 당하도록 한다. 후반 플롯은 임지관의 사기성이 탁월하게 그려지고 성공하지만 가문회의에서 함종인의 아들 종표를 양자로 받아들인 후, 종인이 효성을 다하고 신교육을 잘 받은 후 판사가 되어 샤마니즘의 세력에 철퇴를 내리도록 하여 극적인 반전(reversal)을 보여준다.

이 해조가 ‘구마검’에서 보여주고 주고자 하는 개혁적 비젼은 몰락해 가는 유교세력의 가치관도 아니요, 자본주의와 결탁한 샤마니즘이나 풍수지리도 아니다. 이해조는 신문물에 대한 기대가 함종표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구시대의 병폐에 대해서 정의를 대표하는 판사로서 철퇴를 가하고자 한다. 그러나 결코 보복으로 끝나는 비극적 비젼 보다는 깨우치게 하고 다시 건강한 사회로 통합하고자 하는 희극적 비젼을 보여준다. 함종해는 도덕적 인격의 측면에서도 전통적 도덕과 새로운 세대의 합리와 지혜를 겸비한 자이다. 즉 이해조가 제시하는 긍정적 인물의 상은 구세대를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구세대의 유교적 가치에다가 신문물의 합리성을 가미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인물의 상징성이다. 개개의 인물들이 어느 정도 개성을 지닌 인물로 그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각각의 계층을 상징할 수 있는 전형성도 지니고 있다. 계급적 상징이나 계층적 상징으로서 어느 정도 개연성을 확보하도록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극적 갈등 구조의 긴장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문학적으로 매우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전반 플롯이나 후반 플롯이 모두 금방울과 임지관에 의해서 이끌어지면서 극적 긴장이나 흥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소설로서 문학적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도 몇 가지 지적할 수 있다고 본다. 권선징악의 주제설정을 위해서 양자 종표의 효성이나 성공 등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듯한 냄새를 지울지 못함으로써 종반에서 극적 긴장감이나 개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으로 지적하자면 전통사상에 대한 편향적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대중을 계몽하기 위해서 사회악이나 모순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은 대개의 계몽소설이 지니는 한계라고 할 수 있으며 샤마니즘의 한계와 단점을 드러내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허위적 요소만을 드러냈다는 문학적 편향성 을 지적할 수 있다. 샤마니즘이 지니는 영성이나 문화적 깊이는 다루지 못하고 무당이나 지관들의 파편적이고 일시적인 병적 현상만을 부각시켰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샤마니즘은 살아있는 세계와 사자의 세계를 연결하여 의사소통하게 하고 사자의 세계를 이해함으로 써 살아있는 세계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긍정적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풍수지리 또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서 인간세계가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게 하고 물질문명이 빠질 수 있는 자연파괴와 자연과의 부조화를 막을 수 있는 긍정성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다. 계급적 편향적 묘사 또한 계몽소설로서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이해조가 유교적 가치관이 무너지고 물질문명이나 자본주의적 사고가 싹이 트는 그 당시의 몰가치적 현상을 그리고 있다고 본다. 유교사회의 질서가 무너져서 함진해와 종인과 같이 사촌간의 혈연적 관계가 무너지고 할멈처럼 물질적 욕심 때문에 주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주계급의 부를 탐하는 하층계급들이 마치 모두 사기꾼인양 편향되게 묘사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계몽소설의 목적이 사회악이나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본다면 당시 미신타파가 우리 사회의 당면한 절대절명의 과제이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해조는 ‘구마검’을 통해서 미신타파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제시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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