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살펴보았듯이 조사보고서에 회사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조사된 경우에는 법원은 직권으로 회생절차를 폐지하게 됩니다. 이때 채무자 회사는 법원에 청산을 조건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요청할 수 있으며, 법원은 타당한 경우 회사를 청산하는 조건의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라고 관리인에게 명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보고서 결과가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온 모든 회사에 이와 같이 청산을 조건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은 제출하라고 명령하지 못합니다. 청산을 조건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영업망이나 자산을 매수할 당사자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있어야하며, 매각할 가격에 또한 산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청산가치가 높은 기업이 이와 같은 준비를 한다면 최소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이를 법원이 용인한다면 회생절차가 폐지될 회사들이 악용할 소지가 높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일정한 시간(약 15일 정도)을 두고 채권자와 매수인의 의향서를 제출할 것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또한 모든 회사에 적용되지 않고 일정한 규모를 갖춘 회사일 것, M&A 등의 매각절차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 등의 요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실무에서는 청산가치가 높아서 회생절차가 폐지된 경우 재도 신청을 하게 됩니다(물론 폐지 결정이 대한 항고도 가능하지만 항고시에는 공탁금을 예납하게 되는데 그 금액이 채무총액의 5% 정도에까지 이르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회생절차가 폐지되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앞으로 회생절차를 다시 신청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여러 가지 폐지 원인을 회복한 상태라면 언제라도 회생절차를 다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신청한 회생사건에 대해서는 그 절차를 개시할 것인지에 대하여 좀더 까다로운 요건을 두고 심사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회생절차의 폐지결정이나 회생계획의 불인가로 회생절차가 종료된 채무자가 재신청을 한 경우에는 “종전 회생절차의 종료시점과 새로운 회생절차 개시신청 사이의 기간, 종전 회생절차의 폐지사유가 소멸하거나 종전 회생계획에 대한 불인가사유가 소멸하느 등 그 사이에게 사정변경이 발생하였는지 여부, 채무자 영업상황이나 재정상황, 채권자들의 의사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009마1137)
앞서 살펴본 경우처럼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명백히 크다는 이유로 종전 회생절차가 폐지된 경우에는, 회생절차 폐지 이후 채무자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재산의 증가나 수익의 증대가 발생하였다거나, 새로운 사업계획, 영업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수익의 증대가 예상되어 종전 회생절차의 폐지 사유가 해소되었다는 등의 사정변경이 있으면 재신청에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청산가치가 명백하게 높다는 원인으로 기존 회생절차가 폐지된 채무자가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제시하는 조건(M&A조건)으로 회생절차를 재신청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청산가치가 높아서 회생절차가 폐지된 회사라도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반하지 않고, 사정의 변경(청산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는) 등이 있으며, 인수당사자가 있으며, 인수당사자와 M&A가 성사될 정도의 구체성이 있다면 M&A를 전제로 한 회생절차의 재신청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때에는 회생개시 절차 전에 신청하는 M&A에 준하게 되는데, 인수당사자와 구체적인 계약체결을 하였다면 개시결정을 받는데 유리할 것입니다. 또한 매각주간사를 미리 선정하였다면 법원은 별도의 조사위원을 선임하지 않고 매각주간사의 조사보고서를 채택하는 방법으로 회생절차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회생절차가 폐지된 경우라도 사정변경에 의한 재도 신청이 가능함으로 회생절차의 폐지지경에 이른 회사들은 법률자문을 얻어 재 신청제도를 고려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