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해토되어 시냇물이 많이 늘었습니다.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아이들은 벌써부터 여름 준비에 바쁩니다. 동네를 관통하는 38선 개울을 막고 물을 가두어 일명, 수영장을 만드는 일이 우리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랍니다.
대장인 창채는 해마다 그러했듯이 금년도 출석부를 만들어 아이들이 수영장을 만드는 일에 부역 나올 것을 독려하였습니다. 우리 삼형제와 창채네 사형제, 돈채네 형제, 그리고 제환네 형제….
학교를 다녀오면 마루에 가방을 팽가치고 우리들은 바로 개울로 향하였습니다. 날마다 개울에 나와 돌을 캐고, 캔 돌로 둑을 쌓아 개울을 막고, 못자리에 사용하였던 폐비닐을 주어다 물을 가두었습니다. 개울에서의 부역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랍니다. 아마도 어른들이 시켰다면 벌써 도망가거나 그만두고 말았을걸요. 아랫말 사는 아이들이 올라와 꼽사리를 끼자고 하지만 우리들은 거절하였습니다. 엄마들은 빨래터에 앉아 물이 흐려서 빨래를 할 수 없다고 하시며 야단이지만 그런 야단쯤은 우리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랍니다.
어둠이 내리 깔리는 해거름까지 우리들은 날을 거르지 않고 돌을 나르고 개울을 막았습니다. 집에서 가지고 나온 호미가 물모래에 닳고 닳아서 흰 칼날처럼 보였지요. 놋대야가 뎅뎅 돌에 부딪혀 징소리를 내고 가끔은 내던져 쪼개지는 것도 있었습니다.
채 여름이 되기 전, 오월 중순이 지나면 우리들은 마을 회관 앞마당에서 땅에 금을 긋고 하는 놀이(일명:가이상)인 삼국잡기와 닐리리잡기, 오징어잡기와 땅콩잡기를 하고 놀았습니다.
삼국잡기는 땅 위에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 놓고 고구려, 백제, 신라로 구분하여 노는 놀이입니다. 가위 바위 보를 하여 똑같은 수로 나누는데 자국의 땅에 돌을 하나 놓고 서로 밀고 당기며 사람을 끌어 오면 자국 사람이 되는 게임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남의 영토에 들어가 돌을 밟으면 지는 게임이지요. 영토 외의 바다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깽깽이(외발뛰기)로 뛰어 다녀야 하고 서로 밀어 양발이 땅에 닿으면 죽는답니다. 닐리리잡기는 모양을 마음대로 그리고, 오징어잡기는 오징어 모양으로, 땅콩잡기는 땅콩 모양으로 그리고 놀며 모양은 다르지만 대체로 노는 방법은 비슷하답니다. 미국과 소련으로 편을 나누어 계급채기 놀이인 소련잡기는 우리들의 단합된 놀이입니다. 종이에 두 나라의 나라 이름과 계급을 써서 잘 섞어 던져 주워서 편을 나누지요. 서로 상대방을 만나 손으로 채어 같은 계급은 무승부, 낮은 계급은 전사하고 높은 계급이 이기는데 국기를 소지한 사람이 채이면 지는 게임입니다. 낮은 계급이나 국기를 소지한 사람은 계속 도망을 다녀야만 하지요. 납짝한 돌은 주워 한쪽에 세우고 멀리 금을 그은 곳에서 던져 맞추고, 발등 위에나 사타구니에 끼어 엉금엉금 걸어가 맞추는 비석치기도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깡통차기는 마당 가운데 깡통에 돌을 넣어 찌그린 깡통을 숨었다 나오며 차는 놀이로 술래잡기와 비슷했다. 깡통이 귀하여 학교에서 다녀오는 길에 누가 깡통이라도 하나 발견하면 집에까지 차고 옵니다. 종이로 만든 딱지치기는 큰 운동이 된답니다. 금방 밥을 먹고 나와도 딱지치기 몇 판이면 배가 꺼져 힘이 없습니다. 유리구슬로는 벽 아래 조그만 구덩이를 파고 굴리거나 던져서 맞추면 구슬을 딸 수 있는 구멍 치기를 하며 놀기도 했다. 유리구슬은 잘 깨지므로 손을 가슴 위에서 던져 맞추는 일명 깔빼기는 금지된 기술입니다. 조그만 손톱만한 사금파리나 납작한 돌을 주워 땅에 동그란 금을 긋고 손톱으로 세 번 튕겨 들어오면 내 땅이 되는 땅따먹기, 땅 위에 금을 여러 칸 긋고 돌을 던져 깨끔발로 차고 나오는 봉차들방은 우리들에게는 정말 인기 있는 놀이랍니다. 돌을 봉에 던지면 봉사가 되어 눈을 감고 금을 밟지 않고 걸어 나옵니다. 차에 던지면 차고 나와야 하고, 들에 던지면 들고 나올 수 있습니다. 방에 던지면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일반 게임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게임입니다. (계속)
김 순 진 시인, 소설가, 수필가 http://cafe.naver.com/yob51 011-9123-4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