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근 대진대학교 대학원장 이해조문학회 회원
바람타고 들어온 그대여, 보이지 않는 사랑의 손으로 술에 찌든 중독자의 혈관같이 악착같이 끌어당기는 욕망을 끊어다오.
그대는 모든 것을 버리고 허리에 걸친 찢어진 옷마저 벗어던지며 바람을 불러야하리.
텅빈 광야에서 외치는 선지자는 수많은 영들을 바람 속에서 보나니 비어있을수록 바람을 세차게 불어오고 천지를 진동하는 새로운 말들이 광야를 채우리라 욕망으로 달아오른 눈에 바람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배반자의 허약함을 아는 그대는 우리와 결코 타협하지 않으리라.
바람은 세계에 향해 반란을 일으켜 커다란 집을 무너뜨려 모래로 만들고 힘있는 형상을 쓰러뜨려 무덤으로 만드누나.
실망한 창조주가 홍수로 세상을 쓸어내듯 내 몸의 몸짓의 무리들을 몰아낸 바람은 태초의 없음으로 돌아가리.
바람이여 모두 버린 자에게 있으라 명하고 텅빈 내 가슴 속에 우주로 들어와 옛 몸짓들을 힘껏 내품어라.
시인의 변
어릴적 가슴이 답답해지면 드넓은 들판에 나가 들녘 저편에서 형체도 없이 몰려오는 바람을 맞고 서있던 때가 많다.
도회생활을 하면서 갈수록 가슴이 조여드는 아픔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바람을 맞고 서있을 공간마저 사라진 현재를 탈출할 방도가 없다.
왜 우리는 자연 그대로 살아갈 수 없는걸까.
삶을 왜곡시키는 이데로르기, 편견, 미움 등으로 진부한 색을 온 몸에 칠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바람을 맞으러 가야한다. 죽어버린 삶들을 재생시킬 순수한 제의를 준비해야 한다.
시도 바로 그런 충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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