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회생절차에서 상계권을 행사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회생절차에서 채권자의 상계권이 제한을 받은 법률 조항에 대하여 살펴볼까 합니다.
상계권은 우리 민법이 보장하는 채권자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회생절차에서 채권자의 상계권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채무자 회사는 부채가 있는 회사와 정상적인 상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회생절차에서는 상계를 할 수 있는 기간, 금지되는 사항들을 법률로 정하고 있습니다.
먼저 시기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44조 제1항은 상계의 의사표시는 채권신고기간 만료 전까지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신고 기간’이란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개시결정과 동시에 정해지는데, 일반적으로 개시결정일로부터 2개월 정도 후로 정해집니다. 때문에 채권자가 상계를 하려면 그 기간 전에 상계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상계가 유효합니다. 상계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법률로 정하는 이유는 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채권금액을 확정할 필요 때문입니다.
또한 채권자의 입장에서 받을 채권(이를 자동채권이라고 합니다)과 줘야하는 채권(이를 수동채권)에 대해서도 별도의 규정을 두고 정하고 있습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 받을 채권은 ‘채권신고 기간’ 만료 전에 변제기간이 도래해야 합니다. 즉, 계약서에 변제하기로 했던 날짜가 지나지 않은 받을 채권이 있는 채권자는 상계를 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채권자의 입장에서 줘야할 채권은 채권신고 기간이전에도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상계적상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상계의 의사표시는 관리인에게 도달해야 합니다. 즉, 법인인 회사를 명시하고 하는 상계의 의사표시는 무효입니다. 법은 채무자 회사는 개시결정으로 의사표시를 수령할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편 법원에 상계의 의사표시로 채권신고를 한 경우도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또한 상계의 효력은 의사표시를 하면서 발생하지 않고, 상계적산이 이뤄진 때에야 비로소 채권채무가 소멸됩니다.
법 제145조는 상계가 금지되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① 채권자가 회생절차 개시 후에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채무가 생긴 경우에는 그 갚을 채무(수동채권)을 원인으로 상계를 할 수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채권자 A가 받을 미수금 100원이 있는 상태에서 채무자 회사 B가 개시결정을 받은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개시결정 이후 B회사는 A회사에게 물건 100원을 납품받았습니다. 이 경우 B회사는 이전에 받을 돈 100원과 개시결정 이후에 A회사에 줄돈을 상계할 수 없습니다. ② 채무자가 위기상태(지급정지, 회생신청 파산신청)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발생한 갚을 채무(수동채권)을 원인으로 상계를 할 수 없습니다. 즉, 개시신청 전이라도 A회사는 B회사가 채무자가 위기상태인지 알면서 A회사의 물건을 납품받았다면, 납품대금을 그전에 받을 채권과 상계할 수 없습니다.
③ 개시결정 이후에 타인의 채권을 인수하여 이를 원인으로 상계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A회사에 대하여 갚은 돈이 100원이 있는 C회사가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A회사에서 받을 돈 100원이 있는 B회사가 있습니다. C회사는 B회사로부터 A회사에서 받을 채권 100원을 10원에 인수하였습니다(B회사는 회생절차를 통해 변제받는 것보다 염가로 채권을 파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이때 C회사는 B회사에서 인수받은 100원의 받을 채권(자동채권)과 C회사 자신이 A회사에 지급할 채무(수동채권)을 상계할 수 없습니다.
④ 위기상태임을 알면서 인수한 받을 채권(자동채권)을 원인으로 한 상계 또한 금지됩니다. 위와 같이 회생절차에서는 채권자의 상계권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회생절차에 있는 회사나 회생절차를 고민하는 회사라면 상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