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서 회생절차의 구조와 원리에 대하여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회생절차는 채무의 금액을 조정하고 변제시기와 방법을 조정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때문에 누구에게 얼마를 변제할 것인가, 라는 것을 확정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누구’는 변제받을 채권자 개인 및 채권자의 집단을 말하며, ‘얼마’라는 것은 각 채권자 및 채권자 집단에 배당할 금액을 말합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회생절차에서는 ‘누구에게 얼마’라는 문제로 인해 파생되는 일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각자의 법률적 위치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변제해야 하는지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즉 채권자가 누구인가 라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신용보증기금에서 8천만 원의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중소기업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받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회사는 1억 원을 중소기업은행에서 입금 받았고, 이자도 중소기업은행에 입금하였습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은행은 1억 원에 대한 채권자입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다른 관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에 8천만 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증서를 발급하면서 신용보증금이 8천만 원을 보증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용보증기금에서 8천만 원을 중소기업은행에 변제하였다면 중소기업은행은 8천만 원의 구상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변제하지 않은 상태이라면 어떨까요. 그렇다고 둘에게 모두 채권을 변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신용보증기금이 채권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채무가 1억 원이 있는 것으로 하되, 신용보증기금은 미확정된 구상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미확정된 채권이기 때문에 신용보증기금은 직접적인 배당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총 채권목록에는 적시하게 됩니다.
채권금액을 특정할 필요가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판결에 준하는 역할을 하기 위함입니다. 상거래 채권자인 A와의 거래관계로 회사의 장부에는 1,000만 원으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채권자 A는 미지급된 거래금액 1,000만 원 이외에 반송된 운송료 100만 원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면 회생절차 중에서 변제대상액을 확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채권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는 채권자의 집단을 분류하게 됩니다. 채권자 군(群)을 분류하는 이유는 채권자 군(群)에 따라서 변제율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채권자라도 금융기관보다는 상거래채권자에게 유리한 변제율을 적용하게 됩니다. 반면 같은 채권자라도 회사의 대표이사, 이사 등의 경영책임이 있는 채권자 또는 회사의 특수관계인 채권자는 일반채권자보다 월등하게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됩니다.
이처럼 회생절차에서 채권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개시결정을 받은 채무자는 법원에 채권자목록표를 제출합니다. 동시에 채권자들은 자신이 받을 채무를 법원에 신고합니다. 채무자 회사는 다시 채권자가 신고한 신고서를 보고 채권이 맞으면 시인하고, 불명확하거나 맞지 않으면 부인하게 됩니다. 만약 회사가 채권자목록표에는 기재하였는데, 채권신고를 하지 않은 채권자가 있다면 채권자가 채권자목록표에 기재한 내용을 수용한 것으로 보게 됩니다. 부인한 채권에 대해서는 채권자가 법원에 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채권조사확정재판은 주심판사가 채권자와 채무자를 심문하는 간이 재판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하여 확정된 채권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합니다. 채권의 확정은 이처럼 채권자와 채무자의 채권액을 확정하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회생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채권자 군(群)을 결정하는 의미가 있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추후 지면이 허락한다면 채권확정 절차의 법률효과와 구체적인 절차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다음호에는 회생절차의 원리의 의의에 대하여 계속해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