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의 주요 목적은 재정적 파탄에 처한 채무자의 갱생을 도모하는 한편 채무자의 계속기업가치로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회생절차에 대한 간단명료한 정의이기에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서 편찬한 『회생사건실무』라는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위 문장의 전단부의 의미는 쉽게 이해하실 텐데, 후반부의 ‘채무자의 계속기업가치로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절차’라는 의미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계속기업가치’라는 단어 때문일 것입니다.
계속기업가치라는 개념은 다소 어렵지만 회생절차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간단하게나마 계속기업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기업가치란 기업이 계속해서 존속하는 전제에서 얻는 영업이익의 가치와 자산의 가치 등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회사의 미래에 대한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회생절차가 개시된 채무자에 대하여 조사위원을 선임해 채무자 회사의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도록 합니다.
법원이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는 이유는 채무자 회사의 회생절차를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계속기업가치가 낮다는 것은 계속해서 기업을 유지하여 가치를 얻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채무자 회사의 계속기업가치는 청산가치와 비교해 더 높아야 합니다(청산가치란 회사를 청산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때의 가치입니다). 법에는 이러한 사항을 “회생계획에 의한 변제방법이 채무자의 사업을 청산할 때 각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것보다 불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법 243조 4).
최근 들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게 조사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후단에 살펴보겠지만 계속기업가치가 낮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습니다.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으니,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아서 회생절차가 폐지된 사례를 보겠습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00기계는 기계제작업체입니다. 00기계는 몇 년 동안 매출거래처의 누적된 부도금액이 2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해 4월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고, 5월에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조사위원(회계사)을 선임하여 00기계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등을 조사하도록 하였습니다.
조사위원은 청산가치를 산정하기 위하여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차량 등을 현금화시켰을 때의 가액과 미수금을 회수할 확률 등을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00기계를 즉시 청산한다는 가정 하에 1,988,783,000원 정도의 청산가치가 있다고 산정하였습니다. 한편 조시위원은 회사의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위하여 회사가 제시한 10년 동안의 사업계획, 사업계획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 이전 5년간의 매입매출 현황, 거래처 현황 등을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00기계의 계속기업가치는 1,387,451,000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계속기업가치 청산가치 1,387,451,000원 1,988,783,000원
채무자 회사는 향후 10년 동안 가치(이익)를 창출하여야 하며, 이를 통해 채무를 변제해야 합니다. 계속기업가치가 낮다는 의미는 채무자 회사가 미래에 창출할 가치(이익)가 낮다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회사의 영업수지가 좋지 않다는 의미이며, 채무를 동결하고 이자를 삭감하는 등의 채무조정이 있다하더라도 영업수지가 나아질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00기계의 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이런 말입니다. ‘당장 00기계를 청산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향후 10년 동안 00기계를 운영하여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601,332,000원 낮다. 따라서 채권자들이 채무의 일정액을 면제해주거나 이자를 면제해주는 등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회생절차를 진행할 사회 경제적인 이익이 없다.’
올해 7월에 법원은 직권으로 00기계에 대한 회생절차가 폐지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계속기업가치는 청산가치보다 높아야 합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손해를 감수하게 되는 회생절차인데, 당장 청산하여 받게 되는 배당액보다 향후 10년 동안 받게 되는 배당액이 적어서는 안 된다는 원리가 채권자에 대한 ‘청산가치보장의 원칙’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