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회생을 신청할 사유를 법에서 어떻게 규정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잠깐 복습하자면 회생을 신청할 수 있는 사유는 법 제34조 1항 제1호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경우’와 같은 항 제2호는 ‘채무자에게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후자의 원인이 파탄지경에 이른 경우를 지칭한다면, 전자는 자금경색 등의 유동성 위기를 포함합니다.
이처럼 회생 신청사유를 법에서 분류한 이유는 이번 호에서 다룰 ‘회생 신청할 수 있는 주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법의 규정을 알아보고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회생절차 개시신청은 법인인 경우에는 대표이사, 개인인 경우에는 당사자가 신청권자가 됩니다. 다만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이하 법이라고 합니다)]은 이해관계인도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법 제34조 2항에서는 ‘채무자가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라면 당사자가 아닌 이해관계인은 아래 요건에 해당하면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채무자가 주식회사나 유한회사일 경우에는 자본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지분을 가지 주주나 자본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2. 채무자가 주식회사나 유한회사가 아닐 경우에는 5천만원 이상의 채권을 가진 채권자 3. 합명회사·합자회사 등은 출자총액의 10분의 1 이상의 지분을 가진 지분권자 (법 34조 2항)
법은 위 요건을 갖춘 채권자나 이해관계인은 ‘채무자가 파산 원인이 발생할 경우’라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습니다. 법은 어떤 경우에는 당사자 본인만이 신청할 수 있게, 다른 경우에는 회사의 이해관계인도 신청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채권자나 이해관계인이 회생절차를 남용하여 부당하게 회사의 경영에 간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해관계인의 회생절차개시 신청 요건을 규정하긴 했지만, 채권자가 이해관계인이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을 전혀 막은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입니다.
실제 이해관계인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B기업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B기업은 건설제조업체로 회사는 어음을 발행하지 않았는데, 2011년 말에 경영악화를 이유로 돌연 채권자들에게 폐업을 통고했습니다. 즉시 채권단이 구성되었습니다. 채권단은 회사 자산과 부채에 대하여 조사하였고 그 결과 각 자산은 약 50억, 부채는 210억, 자본금은 20억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회사의 자산의 경우 대부분이 근저당설정 되어 있었기 경매절차가 진행될 경우 채권단이 배당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채무를 변제받는 방법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채권단은 공동명의로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습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채권자가 5천만원 이상의 채권을 가진 경우(여러 명의 신청인이 5천만원 이상의 채권을 가진 경우도 포함)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기 위해 제출해야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법 제34조 3항에는 이해관계인이 ‘회생절차개시의 신청을 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경영 및 재산상태에 관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이 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에게 회생절차개시를 심사할 서류의 제출을 명령하였습니다. 한편 법원은 이후 회생절차가 진행될 경우에 주요한 생산수단인 부동산과 기계장치 등 채무자의 재산에 대하여 보전처분을 하였습니다. B기업과 같이 이해관계인이 회생을 신청할 경우에는 신청인(채권단)이 요청하는 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거나, 법원에서 위촉된 관리인이 회사를 경영하게 됩니다. B기업의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받아들여졌고, 법원이 선정한 관리인이 회사를 경영하게 되었습니다.
채무자가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경우에도 이해관계인은 파산절차를 통해 배당받는 것보다 회사를 운영하여 변제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파산절차는 중지됩니다. 이처럼 회생제도는 반드시 법인의 대표자나 당사자만이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적법한 비율의 채권이나 지분권을 가진 이해관계인이 채무자가 파산지경에 이르렀다는 입증한다면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