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보전처분의 효력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보전처분이란 법원이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내리는 자산동결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①변제금지, ②처분금지, ③차재금지, ④임직원채용금지 등 4가지 사항의 금지를 명하고 있다고 지난 호에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보전처분 일 이전에 회사가 발행한 당좌수표는 결재해야 할까요? 당좌수표를 결재하지 않으면 은행은 회사나 회사의 대표자를 고발조치할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보전처분일인 2012. 5. 15. 10:00 이전의 원인으로 생긴 일체의 금전채무에 관하여 변제 또는 담보제공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라고 결정하였습니다. 당좌수표를 결재해야 할까요, 아니면 부도내야 할까요? W금속의 사례로 부정수표단속법과 보전처분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W금속의 대표자는 자신 명의로 당좌수표 5장 모두 20억 원을 발행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당좌수표 중에서 한 장(액면 5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날은 2012. 5. 20.이었습니다. W금속의 대표자는 2012. 5. 20.자로 지급제시한 당좌수표는 결재하지 못했고, 같은 날 최종 부도처리 되었습니다. 은행은 당연히 대표자를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대표자를 고발하였습니다. W금속의 대표자는 경찰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의 항변은 이랬습니다.
“법원에서 보전처분 결정일 이전의 채무는 갚지 말라고 결정했다. 당좌수표는 보전처분 결정일 이전의 채무이다.” 그러면서 제시한 판례가 바로 대법원이 내린 [90도1317] 판례입니다. 판결원인을 모두 인용하자면 지면이 부족하니,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수표가 지시기일에 지급거절되더라도 그 지급거절 사요가 예금부족, 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로 인한 것이어야만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제2항 위반죄를 구성하는 것이고, 회사정리법상의 보전처분이 있은 경우에는 은행에 예금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보전처분을 이유로 당연히 지급거절해야 함으로···· 중략··· 보전처분에 따른 지급제한에 기한 이상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위와 같이 판례는 보전처분 결정일 이후에는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부정수표단속법은 부정수표의 발행을 단속, 부도 등을 처벌함을 목적으로 상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취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전처분 결정으로 부정수표단속법의 범죄의 구성요건이 조각되기 때문에 악용의 우려도 높습니다.
회생법은 이런 우려 때문에 보전처분의 결정일 이후에는 채무자가 임의로 회생신청을 취하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정수표단속법 처벌을 피하기 위해 보전처분을 악용하는 사례 때문입니다. 위와 같이 회생제도 중에서 보전처분 결정은 회사의 내부적으로는 자산 동결의 의미를 갖게 되며, 형법상의 부정수표단속법의 범죄구성 요건이 조각되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W금속 대표자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W금속의 대표자는 경찰조사 이후 공소권이 없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만약 W금속 대표자가 발행한 수표가 보전처분 결정일 이전에 부도처리 되었다면 대표자는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죄로 처벌 받았을 것입니다. 때문에 당좌수표를 발행하는 회사가 회생을 신청할 경우 그 신청 시기를 신중히 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