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경영자이거나 재무 담당자라면 ‘회생’이라는 말을 최근 들어서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거래처 중에서 한두 업체는 회생신청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그만큼 현실 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헤매고 있습니다. 세계경기 불황, 유가상승 등의 국외적인 요인과 국내적인 요인 맞물려 중소기업들은 허리띠를 두세 단 졸라매도 허덕이는 실정입니다. 불황의 터널 끝이 먼 소실점이나마 보였으면 희망이 있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때문에 기업의 회생신청, 파산신청이 늘어나는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처럼 경제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시대에는 채무불이행(회생과 파산은 경우는 다르지만 채무불이행 상태에 도달한 점은 같습니다)을 범죄시 하였으며, 면제되고나 할인되지 않습니다.
남의 빚을 갚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노비나 농노로 팔려갔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찔한 일이지만 불과 100여 년 전 근대시대까지 그랬습니다. 빚을 못 갚아 처자식을 노비로 팔려 보내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의 공통된 소설의 소재였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도 채무불이행 상태에서 빚에 쫓겨서 썼다고 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대문 앞에서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빚쟁이와 그의 하인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존재로서 채무자에 대한 이야기는 또 있습니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던 많은 영국인들이 채무 파산자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죄수와 함께 면책되는 조건으로 노역을 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독립전쟁 이후 노역을 면제받게 됩니다. 물론 이들이 미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어쨌건 시대는 미국의 독립전쟁 이후 200여년이 흘렀습니다. 더 이상 채무불이행이 법률상의 범죄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기에 도외시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신생기업이 창업하여 5년 이상 버티는 업체의 수가 전체의 30%밖에 되지 않는 현실입니다. 근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10개 경제주체 중에서 7개는 범죄자이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군에 속한다는 말입니다. 역시 아찔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회생법으로 줄이겠습니다]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회생법 제1조에는 회생절차에 대하여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있는 채무자 ···중략···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회생제도는 변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변제할 수 있도록 채무를 동결하고, 일부 면제해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회생제도는 경영위기의 갱생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여러 경제 전문기관 및 MBA에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권리 위에 낮잠 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
법에 관한 가장 유명한 격언입니다.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 채권자로서 혹은 채무자로의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한다면 누구도 찾아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즉, 채무불이행이 확실시 되는 자는 법률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을 찾아 스스로 주장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본 칼럼에서 필자는 변호사로서 일하면서 접한 사례를 들려주어서 회생절차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칼럼에서 다루게 될 기업들은 기업형태, 기업규모, 업태 등 다양하며, 파탄에 이른 원인도 단기간의 자금 유동성의 문제, 장기불황으로 인한 채산성악화, 채무의 변제기 도래, 경기부진으로 인한 사업수지악화 등 다양할 것입니다. 모쪼록 필자의 칼럼이 향후 독자들의 회생 및 파산절차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 회에 뵙겠습니다.
이춘산 / 법무법인 현대 대표 변호사, 포천신문 운영위원 www.lawhow.net 031-872-6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