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하고 차명으로 소유한 위장계열사의 부채 수천억 원을 회삿돈으로 갚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등의 판결이다.
16일 법원 1심 선고공판에서 대기업 총수가 4년의 법적 구속 판결을 받자 일각에서는 ‘면죄부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며 긴장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현직 대기업 총수가 법정구속 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있는 대기업 총수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적은 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실형은 살지 않는 게 관행처럼 이뤄져왔다.
김 회장의 징역 선고로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반감을 표했다.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법정구속한 것은 유감”이라는 것이다.
한화 측도 법정 구속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김회장의 공동 정범 등에 대한 유죄 인정에 대해서는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상당하다”며 “항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며 난감해했다.
재계에서는 “경제뿐 아니라 이번 올림픽 등 스포츠, 문화 분야에서 국가에 기여한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판결에서는 기업 활동이나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상 참작’을 해야 한다”는 동정론을 펼쳤다.
판결을 내린 권창영 서울서부지법 공보판사는 1심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형벌을 요하는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지난 2009년 7월에 양형기준을 만들었고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판결했다”고 말하며 이번 김 회장의 중형 선고가 이례적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번 김 회장의 중형 선고에 따라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다른 기업 총수들은 초긴장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업무상 배임·횡령혐의로 재판 중이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회삿돈 30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재산 해외유출과 탈세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판결이 국민 여론 및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내려진 결론이라는 의견이 있는 가운데 앞으로 있을 판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