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게 깎아줘야 해!” “네! 할머니. 가만히 있으셔야 해요” 얼핏 들으면 미용사와 할머니가 나누는 대화로 들리지만 실은 할머니가 의사와 주고 받는 이야기다. 눈이 어두운 할머니가 가운을 입은 의사를 미용사로 착각한 것이다. 이 해프닝은 12일 신북면 삼성당리, 마을 초입에서도 한참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가야 겨우 보이는 노인요양시설 ‘마리아의 집’에서 벌어졌다. 이날은 포천군 보건소(소장 정연오)에서 몸이 아파도 쉽게 병원을 오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노인들을 위해 무료 이동진료를 나온 날이다. 의사 한 명과 보건소 직원이 함께 나와 노인들의 혈압과 당뇨를 체크하고 노인들의 병색을 살핀다. 지난 1999년부터 포천군보건소에서 본격 시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및 취약지구 무료이동진료’ 사업은 한 달에 8회 정도 중2리·신북 효사랑의집 등을 돌며 진료하는 일반진료와 한달에 4회 정도 가산 자혜의집·신북 신평1리 등을 순회하는 한방진료로 나뉜다. 이 사업에 대한 호평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마리아의 집’ 김옥분 원장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20여분을 병원에 데리고 가는 일이 너무 힘들었는데 한 시름 놓게 돼 고맙고 좋다”라며 “이분들이 바로 구세주”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옆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할머니들도 “정말 잘해주고 고맙다”라며 한마디씩 거든다. 대학병원에 있다가 보건소로 온 지 얼마 안 됐다는 박융석 보건의는 “예전에는 단순하게 환자의 병만을 보게 되었는데 이제는 환자를 보게 된다”며 “조그마한 기쁨도 많고 고맙다는 얘기를 들을 때 보람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파 죽겠다’며 먼저 해달라고 조르거나 처방을 해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분들. 의사 앞에 앉자마자 서러운 울음 먼저 보이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특히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노인들 대부분은 중증 환자들이어서 약을 많이 써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약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소 이영재씨는 “어느 보건소나 이동진료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포천은 의료취약지구가 많아 사업이 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라고 조심스럽게 바램을 이야기했다. 소중한 우리의 이웃을 돌보며 사랑의 의술을 펼치고 있는 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도 소중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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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4년 04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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