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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사람=52] 베리스 앵초, 카우스립(Primula veris)

향기로운 유럽의 허브
손자은 기자 / 입력 : 2010년 03월 17일
ⓒ (주)포천신문사

식물을 키우며 가장 재미를 느낄 때는 아마 기대하지도 않은 때에 꽃대가 슬며시 나와 수줍게 인사를 할 때일 것이다. 꽃샘추위가 와서 혹시나 밖에 내놓은 화분에 심긴 녀석들이 춥지 않을까 둘러보고 있을 때, ‘베리스앵초(Primula veris)’의 봄 인사를 받았다.

베리스앵초는 작년 이맘 때쯤 소개했던 ‘로세아앵초(Primula rosea)’와 같은 앵초속(Primula)이다. 지중해연안과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베리스앵초는 약용, 요리 등에 이용되는 향기로운 유럽의 허브 중 하나이다. 베리스앵초의 학명은 프리뮬라 베리스(Primula veris)인데, 속명인 'Primula'는 ‘제일, 으뜸의’란 뜻이고 종소명인 'veris' 는 ‘봄’이라는 뜻으로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꽃’이라는 의미이다.

영명은 보통 카우스립(Cawslip)이라고 부르며, 또는 키플라워(Keyflower)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것은 베리스앵초가 꽃피는 모습이 열쇠 다발과 비슷하다고 해서 유래 되었는데, 고대스칸디나비아 신화에서 Freya(Frey의 여동생; 사랑, 미, 풍요의 여신)의 집을 지나가기위해 헌납되었다고 한다.

한 뻠 정도의 키에 잎은 짙은 녹색으로 주름이 많고 기다란 계란형이다. 꽃은 가느다란 꽃대 끝에 꽃받침에 비해 다소 앙증맞은 나팔모양의 노란 꽃이 20-30송이가 모여 피어나는데, 중심부에 오렌지색 무늬가 있어 아름답다.

앵초류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암술의 길이가 다른 이형화주(異型花柱, Heterostyle)라는 것이다. 암술과 수술이 하나의 꽃 안에 모두 있는 양성화 이지만 어떤 꽃은 암술이 수술보다 길고(장주화), 어떤 꽃은 암술이 수술보다 짧아서(단주화) 타가수분은 유도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 앵초류를 키워 씨앗을 얻고 싶다면 장주화인 것과 단주화인 것을 함께 키워야 수분이 되어 종자가 결실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꽃은 차로 하여 두통약으로 쓰이며 홍역과 신경성두통(진정제)에 잘 들어 자기 전에 마시면 편히 잠든다. 또 꽃으로 만든 연고는 햇빛에 탄 데에 좋고, 로션은 기미나 잔주름을 억제하는 미용효과도 있다. 대부분의 앵초류 뿌리에서는 파스냄새가 나는데, 살칠산염이 함유되어 있어 예부터 유럽에서는 관절염의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또한 꽃과 뿌리는 거담작용도 있어 백일해, 기관지염에도 잘 듣는 치료약이다. 한편 포푸리로도 이용되고 꽃을 샐러드에 쓰기도 한다.

아직 꽃시장에 많이 나와 있지 않은 다년초 앵초류는 일반 꽃시장에서 파는 일년생 프리뮬러와 다르게 추위에 강한 종이 많다. 베리스앵초도 역시 그러한데, 해가 드는 곳이나 반그늘을 좋아하고 여름철에 고온다습하지 않고 시원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 씨앗은 추위를 겪어야 잘 발아하므로 가을에 직파하거나 냉장고에 3주 정도 보관했다가 뿌리는 것이 좋다. 포기나누기로도 번식할 수 있는데, 꽃이 진 직후나, 가을에 하는 것이 좋다.

식물원을 떠나 학교로 돌아온 첫 봄이다. 평강식물원의 암석원에 있는 알파인하우스에 피어나고 있을 앵초들이, 식물원 곳곳에 올라오고 있을 새순들이 너무,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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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은 / 포천신문 시민기자 (sonjaeun@hanmail.net)
손자은 기자 / 입력 : 2010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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