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에서 일하다보면 식물사진 찍기의 매력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식물을 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가드너들에게 가장 행복한 특권이 아닐까 싶다.
이른 봄, 긴긴 겨울을 헤치고 피어준 봄꽃을 찍을 때가 가장 열정적이고, 여름, 가을로 갈수록, 바쁜 시즌이기도 하지만, 그 열심이 줄어들어 사진의 양도 점차 줄어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식물의 겨울사진은 찾기가 힘들었는데, 올해는 열정의 출발점을 겨울로 잡아서 겨울사진부터 찍어보기로 했다.
낙엽이 진 겨울나무는 모두 비슷비슷해 보여서 구분이 어렵지만, 자세히 다가보면 겨울눈의 모습과, 잔가지의 모습, 아직 달려있는 열매의 모습, 나무모양, 나무껍질(수피)이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진만 수록해놓은 ‘겨울나무 쉽게 찾기(진선books)’라는 도감이 있어 식물이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 참죽나무 잎자국
ⓒ (주)포천신문사
오늘 소개할 식물도 이렇게 겨울나무를 찍다가 알게 된 나무이다.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에 하트모양♡이 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잎이 떨어진 잎자국(엽흔)이었다. 그 안에는 5개의 관다발자국이 있어 눈, 입, 귀가 있는 얼굴모양 같다. 그 모양이 신기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고 무슨 식물인지 찾아보았더니, 우리에게 참 좋은 것들을 주는 ‘참죽나무’였다.
참죽나무는 높이 20-25m가지 자라는 큰키나무이다. 향기가 나는 하얀 꽃은 6-7월경 피어나고 어긋나는 작은 잎이 10-20개 정도 달린 깃꼴겹잎은 길이가 60cm가량까지 된다. 그런데, 우리 식물원에 있는 참죽나무는 월동이 힘들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그렇게 크게 자란 것을 본적이 없다.
참죽나무는 사람을 위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독특한 향이 있는 참죽나무 순이 피면 그 순을 따다가 데쳐서 나물로 만든 것을 연엽채(蓮葉菜) 또는 춘엽채(椿葉菜)라 하며 봄의 미각으로 꼽았다. 쌈을 싸먹거나 장아찌를 담기도 했다.
또 이 참죽나무 순으로 참죽순적(꼬치에 끼워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혀 요리한 것)을 만들기도 하고, 특히 절에서는 참죽튀각(찹쌀풀로 튀김옷을 하여 기름에 튀겨낸 것)을 만들어 고급음식으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 참죽나무 순
ⓒ (주)포천신문사
껍질은 달여 부인의 산후 출혈 때 지혈제로 마시고 또 어린아이의 감질(疳疾)에 좋아 상비약으로 집 주위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또 잎은 누에를 치는 사료로 사용했고, 노목이 되면 가구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는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귀중한 나무였다.
이 귀중하고 여러모로 유용한 나무가 마지막 잎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예쁜 그림을 그려내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랑의 흔적을 남긴 나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