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신문 신년교례회를 마치고 늘봄웨딩홀 문을 나서니 따스한 햇살이 쌓여진 눈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문득 산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마음이 바빠진다. 차에 늘 가지고 다니는 등산화와 등산복을 챙겨 입고 곧장 천보산으로 향했다.
언제나 산행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언제 보아도 항상 같은 모습이면서 늘 같지 않은 단장으로 새롭게 맞아주는 신선함이 있어 좋다. 때론 청솔모의 마중도 받아보고 이름 모를 산새의 배웅으로 마음이 한껏 동심이 되기도 한다. 등산로 입구가 보이며 양 옆으로 늘어선 소나무 위에 커다란 함박꽃 같은 눈송이들이 휘영청 걸려 인사를 하는 듯 여유롭고 멋스럽고 반갑다.
유난히 푸른 소나무의 녹색 정기를 받았는지 몸과 마음이 밝고 가벼워져 토끼처럼 뛰어 오르고 싶어진다. 등산로 길을 오르다 보니 이마에 땀이 흘러 순백의 눈을 뭉쳐 입 안 가득 넣었다. 분명 무가당일진데 ‘싸’하면서 달콤하고 시원했다. 무더운 여름날의 빙수보다 훨씬 순수하고 맛날뿐더러 온몸의 오염물질을 씻어 내려 주는 듯 상쾌함을 느낀다.
산등성이의 산책로로 접어들자 나무위에 쌓였던 눈꽃들이 군무(群舞)를 하듯 소롯시 날리며 온몸을 휘 감는데 마치 내게 눈의 요정이 축복을 내리는 듯 싶었다. 받고 싶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요정의 축복을 받는다는 것이….
‘요정님 바라옵건데 천보산의 천가지 보물 중 건강, 사랑, 행복 딱 세 가지만 주소서.’ 마음 속 진심으로 기원하며 정상에 오르니 그야말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멀고 가까운 산봉우리는 무릉도원의 설원인 듯 신비한 기운이 서려있고 따사한 햇볕, 높고 맑은 하늘, 형형의 소나무 다이아몬드를 뿌려놓은 듯한 백설의 눈부심! 감동! 감동! 혼자 만끽하기엔 너무 아깝다. 또다시 지금 같은 자연의 조화로운 멋진 연출이 펼쳐진다 해도 오늘의 느낌과는 다르리라.
하산하기 싫었지만 어느새 서산으로 기우는 붉고 노오란 해를 남겨두고 발길을 옮겼다. 얼마를 내려 오다보니 쌓인 눈 색깔이 변해 있었다. 아까 오를 때는 분명 눈부신 순백색이었으나 지금은 목련 꽃 잎 같은 아이보리 색과 아주 연한 오렌지색으로 반사하고 있었다.
어쩜 눈 속에서 일년에 피울 갖가지 꽃들이 리허설을 벌리며 지나는 이의 가슴에 기다림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느새 난 그 꽃들을 가슴 가득히 안고 힘들고 지쳐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의 메신저가 되어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