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겨울비가 온다. 날씨가 더 추웠다면 낭만적인 눈이 내렸을 것이고, 식물원은 하얀 나라가 되었을 텐데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는 어른들 말씀에 공감이 가는 하루이다.
이런 기분을 떨쳐버리기 위해 싱그러운 녹색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계절 푸른 정원 ‘수향원’(평강식물원 온실)에 들어가 보았다.
입구에 서서 손님을 맞는 듯, 커다란 붉은빛 꽃을 피워낸 꽃나무가 눈에 쏙 들어왔다. ‘애기동백나무’, 일본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겨울에도 두툼하고 광택이 나는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상록수이다.
↑↑ 애기동백나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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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약해서 남부지방이나 따뜻한 섬지방이 아니고는 밖에서 자라기가 힘들다. 지난달부터 계속 꽃을 피워 지금까지도, 그리고 해를 넘겨 1월까지도 계속 피고지고를 반복할 것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자생하는 동백나무와도 가까운 친척나무인데, 동백나무에 비해 꽃도 잎도 작아 ‘애기동백나무’라 부른다.
해안성기후의 영향을 받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따뜻한 겨울을 맞는다. 그래서 상록수이면서 잎이 넓은 나무도 많이 자생하는데 동백도 그중 하나이다. 일본에서는 동백나무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여 상당수의 품종을 개발했다. 겹꽃과 홑꼴, 가지가지의 색깔과 크기의 품종이 세계적으로는 600여종이나 된다.
동백나무의 특별한 점은 ‘조매화’(鳥媒花)라는 점이다. 조매화란 수분(꽃가루를 암술머리에 묻혀주는 것)을 하는데 있어서 벌과 나비같은 곤충이 아닌 새의 힘을 빌리는 꽃을 말한다.
동백나무가 꽃피는 계절에는 곤충들이 활동하기에는 너무 추운 날씨이기에 그 임무는 주로 ‘동박새’ 가 맡는다. 녹색, 황금색, 흰색의 고운 깃털을 지닌 작은 동박새는 곤충도 잡아먹지만, 동백나무의 꿀도 따먹고, 열매도 먹는 단짝친구이다.
동백나무 씨앗에서 나는 동백기름은 아주 유명하다. 식용으로도 쓰고, 마르지 않는 특성 때문에 정밀한 기계에 칠하면 좋다한다. 무엇보다도 여인네들의 머리를 곱고 단정하게 만들어 주었던 머리 기름으로 인기가 좋았다.
또 동백나무의 꽃은 약으로 쓰는데 생약명은 ‘산다화’이다. 지혈작용을 하고 소종에 효과가 있으며 멍든 피를 풀고, 피를 토하거나 장염으로 인한 하혈, 월경과다, 산후 출혈이 멎지 않을 때 물에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 쓴다고 한다.
이밖에 나무의 재질도 견고하여 얼레빗, 다식판, 장기쪽 등 여러 가구를 만들었다. 요즘에는 꽃시장에서도 애기동백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겨울철 꽃이 피는 것을 감상하고 싶다면 하나쯤 들여와 키워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