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단풍이 지고 마지막 잎새까지도 낙엽지는 계절이다.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쓸쓸해 보이지만 한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겨울나무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봄, 여름, 가을에는 나무에 달린 잎들과 꽃들이 주목받는 계절이지만, 겨울에는 나무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자세히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나무껍질(수피)가 초록색인 것, 빨갛거나 노란 것, 갈색, 회색 등 그 색도 각각이고 얼룩덜룩 모양, 자자란 점이 많이 있는 점박이도 있다. 수피가 한 겹씩 벗겨지는 것도 이때 발견할 수 있고, 세로로 갈라지는 것, 가로로 갈라지는 것 등 참 재미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나무모양(수형)도 이 계절에야 비로소 정확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식물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겨울 산을 즐겨찾기도 한단다.
오늘 소개할 식물도 역시 나무 모양이 참 독특한 나무이다. 열매도 예쁘고, 단풍도 참 곱지만 이들이 모두 져버린 겨울, 줄기만으로도 재미있는 모습을 한 나무, ‘화살나무’이다. 화살나무는 줄기에 두 줄에서 네 줄까지 날린 크르크질의 날개 같은 것이 달려있다. 진회색 수피와 같은 색의 날개가 마치 화살에 붙이는 날개의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화살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참 이름도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오게 잘 지었다.
이 화살나무의 학명도 종소명인 알라투스(alatus)가 ‘날개가 있는’이란 뜻이어서 줄기의 날개가 이 나무의 큰 특징임을 알 수 있다. 꽃은 5월에 잎 겨드랑이에서 연한 연두빛의 작은 꽃이 달리는데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화살나무는 단풍이 고아 정원수로 심고, 요즘에는 분재로 개발하거나 날개가 달린 줄기를 잘라 꽃꽂이에 많이 활용한다. 그러나 이 독특한 날개의 진짜 용도는 약용이다. 화살나무는 이 날개부분만 약으로 쓰는데 생약이름이 귀전우, 위모, 호전우 등인데 피멍을 풀어주고, 피를 조절하고 거담작용을 함으로 동맥경화, 혈전증, 가래기침, 월경불순 및 출산 후 피가 멈추지 않거나 어혈이 생기는 복통, 젖이 분비되지 않을 때 쓴다고 한다. 또 풍을 치료하거나 피부병에 처방했고, 민간에서는 이것을 검게 태워 가시를 빼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어린잎을 나물로 무쳐먹거나 잘게 썰어 밥을 지을 넣기도 한다. 또 이름그대로 진짜 화살을 만들 때 쓰기도 했고 지팡이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처음 식물원 일을 시작할 때 온실팀에서 식물번식 일을 했었었는데, 그때 화살나무와의 추억이 있다. 식물전공을 하고 왔지만, 모든 것이 신기하던 그 시절 관심있는 나무들을 잘라 실험삼아 삽목하는 일을 해보았었다. 삽목할 때, 뿌리가 나왔는지 알려면 잎을 보면 된다. 삽목한 이후에 새 잎이 싱싱하게 나온다면 그건 뿌리도 튼튼하게 잘 나와있다는 증거이다. 이 증거를 확인하고는 삽목해둔 화살나무를 캐보았는데, 뿌리나오는 모양이 참 재미있었다. 날개와 날개 사이에 쭉 일렬로 줄서서 나와 있는 모습이 밑에서 보면 그 뿌리들이 날개모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날씨가 춥다고 집안에만 웅크리고 있을게 아니다. 겨울산이든 식물원이든 어디든, 곳곳에 심긴 나무를 살펴보며 나무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