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들로 산이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특히 우리 식물원 습지원은 정말 예술이다. 붉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과 노랗게 물든 줄, 부들 같은 수생식물이 바람에 흔들려 가을소리를 낸다.
산에, 들에 있는 식물들이 춤을 추는 것을 볼 때면, 그들이 조물주를 찬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단풍들과 어울려 가을을 더 가을답게 수놓는 주인공들이 있다. 바로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들이다. 백당나무, 가막살나무, 마가목, 까마귀밥여름나무 등등. 사람들은 탐스러운 열매들을 보며 연예인이라도 본 듯 핸드폰으로 사진 찍기 바쁘다.
그중에 암석원에 자리 잡고 있는, 씨앗이 살짝 비칠 정도로 투명한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열매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우리말 이름이 너무 예쁜 ‘구슬댕댕이’이다. 얼른 보기에는 하나 따먹으면 달콤하니 입에서 살살 녹을 것 같이 생겼지만, 사실 매우 쓰다.
Lonicera속 식물인 인동이나 괴불나무의 열매는 정말 예쁘고 새들도 좋아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입맛으로는 정말 써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이 쓰다는 표현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신입시절 강원도 지역에 식물탐사를 간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괴불나무의 열매가 너무 예뻐서 이 열매 맛있냐는 질문에 먹어보라고, 맛있다고 답해준 동료의 말을 믿고 먹었다가 그 쓴 맛이 입안에서 하루 종일 맴돌았던 기억이 있다.
구슬댕댕이는 골짜기나 물가의 석회암지대에서 난다. 그래서 우리 식물원 암석원의 석회암지역(alkali bed)에 심겨져있다. 잎과 새로 나온 가지에는 털이 무수히 많으며, 5월에 인동꽃과 닮은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예쁘게 피어난다. 처음에 하얗게 피어난 꽃이 노랗게 변하는 것도 인동과 비슷한 점이다. 은은한 향기도 일품이다. 꽃이 지고나면 열매가 열리는데, 빨갛게 익기전의 열매모습은 돼지코를 닮아, 지나가며 보고는 혼자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9-10월이 되면 구슬댕댕이의 열매는 예쁜 빨강색으로 익어 겨울까지도 보석같이 빛을 낸다.
낙엽이 많이 떨어져서 걸어가는 길목마다 낙엽 밟는 소리가 난다. 식물원 곳곳이 영화 속 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이다. 오늘, 가을 빛 낙엽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