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어 여름 내내 햇빛을 받아내던 잎들이 하나둘 떨어지는 이 계절, 가을에 고운 빛깔을 뽐내며 피어나는 꽃들이 있다. 서늘해진 바람에 섞여 퍼져나가는 국화꽃 향기의 주인공, 들국화들이다. 개미취, 미역취, 구절초, 감국, 산국, 쑥부쟁이 등 여러 들국화 중에 오늘은 쑥부쟁이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쑥부쟁이는 국화과 식물로 보라색의 꽃잎처럼 생긴 설상화(舌狀花)와 가운데 노란 부분의 통상화(筒狀花)가 여러 송이 모여 한 송이처럼 보이는 꽃을 피운다. 키는 무릎높이 만큼 자라기도 하고 때론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하게 커서 사람 키를 넘기기도 한다. 그래서 가든 관리를 할 때, 꽃송이가 생기기 전에 한번 줄기를 잘라주면 분지가 돼서 꽃송이도 더 많이 달리고 키도 적당하게 키울 수 있다.
쑥부쟁이는 그 가족 식물도 많다. 우리 식물원 들꽃동산에 많이 있는 가새쑥부쟁이, 고향이 한라산이여서 키가 작게 자라고 옆으로 퍼지면서 자라는 눈개쑥부쟁이, 쑥부쟁이보다 조금 더 예쁜(전체적으로 화서와 포기가 크다.) 개쑥부쟁이, 울릉도 사람들이 ‘부지깽이나물’이라고도 부르는 섬쑥부쟁이,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쑥부쟁이 등 도감을 찾아봐도 쑥부쟁이가 붙은 이름이 여럿 있다.
쑥부쟁이, 이름이 독특하여 그 유래를 찾아보았다. 여기에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에 가난한 대장장이가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11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있어 항상 먹고 살기가 어려운 처지였다고 한다.
대장장이의 큰딸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쑥을 캐러 다녔는데, 이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이라는 뜻으로 ’쑥부쟁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녀는 어느 날 산에서 사냥꾼을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그 사냥꾼은 다시 돌아오겠다며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고 그를 기다리며 산을 오르던 쑥부쟁이는 어느 날 산 절벽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물이 무성하게 자랐는데, 이를 쑥부쟁이라 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쑥부쟁이를 비롯한 유사한 식물들을 통틀어 산백국(山白菊)이라고 하며 약으로 쓴다. 감기로 열이 나거나 목이 부을 때, 기관지염, 유방염 등에 잘 듣는다고 한다. 해독 작용이 있어 뱀에 물렸을 때 붙이기도 한다. 그 밖에 어린 순을 먹을 수 있는데, 나물로 무쳐 먹거나 잘 삶아서 떫은맛이 빠지면 나물밥으로 지어 먹기도 한다.
쑥부쟁이의 전설 때문인지 이 꽃의 꽃말은 그리움, 기다림이란다. 가을엔 왠지 그리움으로, 기다림으로 편지를 써야할 것 같다. 또 향기 가득한 따뜻한 국화차 한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평강식물원의 가을축제로, 들국화와 함께 추억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가새쑥부쟁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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