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석원 연못주변에 한여름을 진분홍으로 멋지게 장식했던 털부처꽃이 지고 있다. 꽃씨가 떨어지기 전에 얼른 꽃대를 자르는 일을 해주지 않으면 그 주변은 털부처꽃 밭이 되고 만다. 그래서 씨가 여물기 전에 잘라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주면 그 다음으로 피기 시작하는 용담을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한참동안 그 일하고 있는데, 야생화를 좋아하는 아줌마 군단이 삼삼오오 모여 암석원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다 비명 같은 탄성을 지른다.
“우와 이쁘다. 이게 여기에도 있네.” 여름과 가을사이, 꽃이 별로 없는 이 시기에 무얼 보고 저리 난리법석일까 궁금하여 다가가 보았다. 그 주인공은 동글동글한 잎새를 달고 늘어진 줄기 끝에 예쁘게 피어난 진분홍의 꽃, ‘둥근잎꿩의비름’이었다.
둥근잎꿩의비름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동글동글한 독특한 잎 모양 때문에 ‘둥근잎꿩의비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나라 주왕산을 중심으로 그 일대에 아주 드물게 자라는 희귀식물이며 또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둥근잎꿩의비름은 깊은 산골짜기 계곡의 습기가 있는 바위틈에서 자라므로 물을 좋아할 것 같지만, 선인장처럼, 도톰한 잎과 줄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쓸 수 있어 건조에도 매우 강한 식물이다.
몇 해 전 주왕산에 갔었다. 사실 울릉도에 가는 길이었는데 파도가 높아 배가 뜨지 못한다하여 발길을 돌린 곳이 주왕산이었다. 그곳에서 우리식물원에서만 봤던 둥근잎꿩의비름을 실제로 보고, 암석원을 찾은 그 아줌마처럼 나도 소리를 지르며 신기해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가 본 것은 누군가가 복원을 해놓은 것일 가능성이 많단다. 가을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하나 둘 캐가다 보니 거의 멸종위기의 상황에 놓인 것을, 뜻이 있는 사람들 몇몇이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에 매달려 사람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심는 복원행사를 한 것이란다.
이제는 반팔보다는 긴소매 옷이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다. 왠지 산책하고 싶은 날에는 둥근잎꿩의비름 같이 여름 꽃이 져 갈 즘에 더 귀하게 피어나는 가을 꽃들과 친구하러 식물원을 들러보면 어떨까.
↑↑ 둥근잎 꿩의 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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