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풀벌레소리가 참 듣기 좋다. 깊어진 풀숲 속에서 노래하는 벌레들에게 여기에 살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장마가 한차례 지나가고 나리종류가 피고 지면 그 다음은 원추리들의 전성시대이다. 우리 식물원에는 주로 습지원에 많지만, 산속이나 이끼원 부근, 들꽃동산에도 많이 피어난다.
식물원에 살고 있는 자생원추리의 종류만 해도 여럿인데, 꽃이 가장 크고 색깔이 주홍빛이며 안쪽에 더욱 진한 색의 무늬가 있는 것이 그냥 원추리이고, 이름처럼 여리고 소박한 각시원추리, 잎에 골이 패인 골잎원추리, 작게 자라는 애기원추리, 그리고 색이 가장 고운, 밝은 노랑빛의 노랑원추리가 있다. 이밖에도 100여종이 넘는 화려하고 다양한 크기의 여러 품종들이 있다.
이런 원추리 종류의 속명(屬名)은 헤메로칼리스(Hemerocallis)인데, 바로 ‘하룻날의 아름다움’이란 뜻이다. 이는 하루 만에 피고 지는 원추리의 특성을 잘 말해주는데, 영어 이름 역시 데이릴리(Day Lily)이다. 특히 노랑원추리는 북한에서 ‘저녁원추리’라고 하는데 저녁에 피어 다음날 낮까지 가는 특징 때문이다.
원추리는 나물로도 인기가 좋다. 봄에 살짝 데쳐 나물을 해먹기도 하고, 어린순과 꽃을 따서 김치를 담아 먹기도 한다. 또 꽃을 된장과 함께 쌈을 싸먹기도 한다고 한다. 약용으로는 그 뿌리를 이뇨·지혈·소염제와 자양강장제로 이용한다. 또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에 원추리 꽃을 말려 몸에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믿음이 있어 ‘득남초’라는 별명도 있다.
중국에서는 원추리를 망우초(忘憂草)라고 쓰고 ‘훤쵸’(원추리와 발음이 비슷하다.)라고 읽는다. 근심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이라 한다. 세상살이 하는데 근심, 걱정이 없는 사람 없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주변에 피어난 원추리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취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