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일수록 참(간식)시간이 기다려지기 마련이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그늘에 들어가서 쉬는 시간이 진짜 ‘꿀맛’ 같기 때문이다. 너무 지칠 때면 시원한 곳에 놓인 벤치에 누워 하늘도 한번 보고, 산바람에 땀도 식혀본다.
고개를 살짝, 산을 향해 돌려보니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함을 주는 푸른빛의 산수국이 피어났다. 이맘때 하늘을 반쯤 가린 숲속에서 무리지어 피는 모습은 마치 산속에 펼쳐진 바다 같다.
산수국은 한자로 山水菊, 즉 산에 살고, 물을 좋아하며 국화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산수국은 깻잎처럼 생긴 도톰한 잎이 마주나고, 그 끝에 풍성한 꽃차례가 달린다. 이 동그란 꽃차례에는 유성화와 무성화가 함께 달리는데, 가운데에 작게 모여 피는 유성화(有性花)는 꽃잎이 퇴화하고 암술, 수술이 발달해 있고, 가장자리에는 화려한 무성화(無性花)가 피어난다.
즉, 예쁘게 생긴 무성화을 보고 곤충이 찾아오면 유성화에서 수정을 하여 종자를 맺는데, 이렇게 전략적으로 분업을 하여 효율을 높이는 아주 똑똑한 식물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곤충유인 목적으로 피어난 무성화는 그 임무를 다하면, 다시 말해 유성화가 수정을 마치면, 뒤집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곤충들의 헛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배려심이다.
그런데, 이런 지혜로운 것에 반해 속내는 감추지 못하고 쉽게 얼굴을 바꾸는 특성이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꽃의 색이 한결같지 않고 다양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흰색으로 피기 시작했던 꽃들이 푸른색이 되고, 다시 붉은 빛이 돌다가 나중에는 자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 토양의 성분에 따라 알칼리성이 강하면 분홍색이 되고, 산성이 강해지면 파란색이 더욱 강해진다. 그래서인지 산수국의 꽃말도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 한다.
한방에서는 수구화(繡毬花) 또는 팔선화(八仙花)라고도 부르며 뿌리와 잎과 꽃 모두를 약재로 쓴다. 심장을 강하게 하는 효능을 가졌으며 학질과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에 처방하고 열을 내리는 데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이번 여름, 경제적인 이유로 먼 곳으로 떠나는 휴가가 어렵다면, 가까운 식물원이나 산에 들러 삼림욕을 하며 산수국이 주는 시원함을 즐기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