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땀이 비 오듯 하지만, 가끔 불어오는 살랑바람에 행복해지는 여름날이다. 그 살랑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향기가 힘내라고 응원을 해준다. 어떤 꽃향기일까, 주변을 둘러보니 술패랭이꽃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우리 식물원에는 패랭이꽃 종류가 참 많다. 록키산맥에 사는 니발리스 패랭이꽃, 풍성하게 피어나는 플루마리우스 패랭이꽃등 주로 암석원에 심겨져 봄에 많이 피어난다.
키가 작아 앙증맞은 것도 있고, 특이한 색을 가진 종도 있고 화려한 꽃을 피워내는 종 등 30여종이 넘는 여러 종이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나라 자생종인 ‘술패랭이’가 가장 마음에 든다. 향기를 내뿜어 사랑스럽고, 어디서든 강건하게 잘 자라나는 씩씩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술패랭이라는 이름은 꽃 모양이 옛날 신분이 낮은 사람이 쓰고 다니던 모자인 ‘패랭이’를 닮았고, 꽃잎 끝이 술처럼 가늘게 갈라져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갓이 양반들의 정장 모자라면 패랭이는 상민이나 천민의 정장 모자였다.)
패랭이꽃을 잘 모르는 사람은 카네이션을 떠올리면 쉽다. 카네이션은 패랭이꽃의 줄기와 잎이 거의 비슷하고 꽃잎은 겹꽃으로 만들어낸 원예품종이다.
한방에서는 패랭이와 함께 구맥(瞿麥)이라는 생약명으로 이용한다. 대게 지상부 전체 또는 씨를 말려 이용하는데 이뇨작용, 활혈통경(活血通經) 작용, 염증을 없애는 작용을 하여,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방광염, 요도염, 어혈의 정체로 일어나는 증상에 처방한다고 한다. 단, 많이 먹으면 임산부는 유산할 수 있다고 하니 함부로 복용하면 안된다.
요즘 도로변에 금계국이나 루드베키아 같은 왜래종을 심는 경우가 많은데, 강인한 생명력에 아름다운 꽃모양, 향기까지 겸비한 예쁜 우리 꽃, 술패랭이를 가로변화단이나 절개지에 심으면 어떨까. 우리 자생종을 조경용으로 많이 발굴해 내어, 어느 아파트 광고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아이들이 우리 꽃을 많이 보고 또 그 이름들도 많이 아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다.